미국 국방부가 ‘중국군과 연관된 기업 명단’에 반도체 제조업체 YMTC, 인공지능(AI) 회사 쾅스커지(메그비, Megvii), 자동차 자율 주행 주요 기술인 라이다 제조업체 허사이(Hersai) 테클놀로지와 기술 기업 넷포사(NetPosa)를 새로 추가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명단에 오른 기업에는 미국인이나 미국 기업의 투자가 금지된다. 미국은 중국의 기술 굴기를 막기 위한 광범위한 조처의 하나로 중국군 연계 기업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로이터는 “이 명단에 오른 중국 기업이 당장 미국의 경제 제재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미국 기업과 기관들에 이들 중국 기업과의 거래에 따른 위험성을 경고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미 재무부는 이들에 별도의 경제 제재를 가할 수 있다. 특히 2024년 국방수권법에는 미 국방부가 이 명단에 오른 중국 기업과 어떤 거래도 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미 국방수권법 1260H항 규정에 따라 미 국방부는 중국군 관련 기업 최신 목록을 지속해서 공개해야 한다. 미 국방부는 2022년에는 세계 최대 상업용 드론 제조사인 DJI와 중국 유전자 분석 회사 BGI 등 중국 기업 13곳을 '중국군과 연관된 기업 목록'에 추가했다. 또 중국화학공정총공사(CNCEC), 감시카메라 업체 저장다화, 인터넷 보안업체 치후360 등이 목록에 추가됐었다. 지난 2021년 리스트에는 화웨이 등 47개 중국 기업이 포함됐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021년 중국군과 연계된 기업에 대한 미국 기업의 투자를 금지한 이전 정부의 행정명령의 효력을 연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0년 11월 12일 내린 행정명령을 연장한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국방부가 중국군의 지원을 받는다고 지정한 중국 기업에 대해 미국의 투자사나 연기금 등이 주식을 사고팔지 못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차이나텔레콤 등 중국 기업이 투자 금지 대상인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자율주행차의 주요 기술인 라이다를 개발, 판매하는 중국 허사이(HESAI, 禾赛科技)는 지난해 2월 9일 나스닥 시장에 상장됐다. 중국에 본사를 둔 기업이 미국에서 주식예탁증서(ADR)를 발행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미국 정부는 2022년 12월 15일 중국의 최첨단 반도체 생산업체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를 포함한 36개 기업을 무역 블랙리스트인 '수출통제 명단'(entity list)에 올렸었다. 미국은 중국의 반도체와 인공지능(AI) 산업의 발전을 견제하려고 미국과 주요 국가 기업이 중국과 거래를 하지 못하도록 규제의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미국이 YMTC 등을 수출통제 명단에 올림에 따라 미국 기업은 상무부의 사전 허가를 받아야 이들 업체에 관련 부품이나 장비를 판매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런 허가를 받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YMTC는 중국 최대 3D 낸드 플래시 반도체 제조기업으로 스마트폰 등에 쓰이는 메모리 칩을 만들며, 한때 애플과 낸드플래시 공급 협상을 하기도 했었다. 펑신웨이(PXW)반도체제조, 고성능 인공지능(AI) 칩을 개발하는 캄브리콘(Cambricon)과 계열사, 중국전자과기집단공사(CETC) 계열사, 중국과학원 컴퓨터기술연구소 등도 명단에 올랐다. 상무부는 이들 기업이 중국의 주요 AI 칩 연구개발생산판매업체로 중국군과 방산업을 지원하는 중국 정부 기관과 긴밀히 관련됐다고 밝혔다.
미국은 2022년 10월 7일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통제 조처를 단행하면서 '해외직접생산규칙(FDPR)'을 적용했다. FDPR은 미국 밖에서 외국 기업이 만든 제품이라 해도 제조 과정에서 미국이 통제 대상으로 정한 장비나 소프트웨어, 설계를 10% 이상 사용하면 해당 국가에 수출을 할 수 없도록 한 규제 장치이다. 미 상무부는 이때 YMTC를 비롯해 중국 기업 31개 사를 사실상 잠정적인 수출통제 대상으로 지정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