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섭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대표이사가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와 이달 말 서울 회동을 통해 관련 사업 확대를 모색한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말레이시아에서 동박 공장을 운영, 생산하고 있다. 업계는 이브라힘 총리가 처음으로 우리나라를 찾는 만큼 사업적인 논의보다는 처음 만나 인사하는 자리로서의 성격이 더 크다고 보고 있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김 대표는 이달 말 우리나라를 찾는 이브라힘 총리를 만난다. 구체적으로 어떤 논의를 할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브라힘 총리가 부임 후 처음 한국을 방문해 우리나라 기업 관계자들을 만나는 만큼 사업적인 논의보다는 상견례 성격이 더 클 것으로 보고 있다. 말레이시아에 생산 거점을 두고 있는 다른 동박 제조사인 SK넥실리스도 이브라힘 총리와의 만남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말레이시아에서 현지 거점을 두고 있다. 2019년부터 말레이시아 사라왁주 쿠칭에서 동박을 생산하고 있다. 이곳은 국내 동박업계 중 최초로 해외 진출에 성공한 현지 생산 거점이다. 총 생산 능력은 연 4만t 규모다. 동박은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인 음극재에 쓰이는 얇은 구리막을 말한다. 말레이시아에서는 두께가 8㎛(마이크로미터) 이하로 얇은 제품이 생산된다.
향후 회사는 생산 규모를 늘려 전기차 시장 확장에 대응할 계획이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올 연말 5공장 가동에 들어갈 계획이다. 6공장은 전기차 시장 상황을 고려해 내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5·6공장 가동 시 연 생산 규모는 6만t 정도로 확대된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전체 동박 생산량의 75%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3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올해 말 말레이시아 5공장 가동을 시작해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라며 "내년 상저하고 업황을 전망하고 있어 6공장은 내년 하반기 물량이 올라오는 대로 가동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가 해외 첫 생산 거점을 말레이시아로 정한 것은 원가 경쟁력 확보를 위함이다. 말레이시아 공장은 세계 최고 수준의 동박 원가 경쟁력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료는 우리나라의 50%, 인건비는 20% 수준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4월 말레이시아 공장을 직접 방문해 원가 경쟁력을 더 높일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당시 신 회장은 "말레이시아의 입지적 장점을 활용해 원가 경쟁력을 더욱 높이고, 세계 최고 품질의 동박을 생산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며 "본원적 경쟁력 강화를 통해 시장을 선도해 달라"고 당부했다.
또 기후변화에 따른 대응도 말레이시아에 공장을 지은 이유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사업장 부지를 선정하고 공장을 건설할 때 친환경 에너지를 적극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중요시한다. 실제로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해외 사업장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신재생 에너지 수급 가능 여부를 1순위로 선택한다. 현재 말레이시아 공장은 100% 수력발전을 통해 가동되고 있다. 원활한 전력 수급을 위해서 말레이시아 전력 공급원에서도 점진적으로 공급능력을 약 4500MW(메가와트)까지 늘릴 예정이다.
김정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h13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