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조부인 고(故)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의 37주기(11월 19일)를 맞아 '사업보국(事業報國)' 정신을 되새기며 기술력을 앞세워 최근 불거지고 있는 위기설의 정면 돌파에 나선다.
이 회장은 주력사업인 반도체 부문에서 리밸런싱과 연구개발(R&D)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인공지능(AI) 기술을 신사업인 헬스케어 사업을 비롯해 사업 전방위로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인적 쇄신, 조직 문화 개선, 사업 구조조정 등의 미래 혁신 전략도 마련한다.
이 창업회장의 기일인 19일 경기도 용인 호암미술관 인근 선영에서 추도식이 열린다. 예년처럼 범삼성 계열 그룹이 시간을 달리해 선영을 찾아 '기업을 통해 국가와 인류 사회에 공헌한다'는 이 창업회장의 '사업보국' 정신을 되새길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오는 2030년까지 약 20조원을 투자하는 기흥 반도체 연구개발(R&D) 단지 1차 준공 등을 계기로 '기술 중시' 철학을 재확인하며 초격차 경쟁력 확보에 집중할 계획이다.
삼성전자가 18일 기흥캠퍼스에서 차세대 반도체 R&D단지 'New Research & Development – K'(NRD-K)의 장비 반입식을 가진 것도 이 같은 기술 중시 행보의 일환이다. 기흥캠퍼스는 1983년 2월 도쿄선언 이후 삼성전자가 1993년 메모리 반도체 분야 1위를 이뤄낸 곳이다.
삼성전자는 기흥캠퍼스에 20조원을 투자해 새로운 반도체 1등 기업으로 재도약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사장단·임원 인사와 조직 개편도 앞두고 있다는 점이다. DS부문 사업부장 대거 교체설 등 다양한 추측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전영현 부회장이 위기 극복 방안으로 제시한 근원적 경쟁력 복원과 철저한 미래 준비 등에 방점이 찍힌 인사가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는 통상 12월 초에 사장단과 임원 인사, 조직 개편을 순차적으로 단행한다. 다만 지난해에는 예년보다 일주일 앞당긴 11월 말에 인사가 이뤄졌으며, 올해도 인사 시기가 다소 앞당겨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 달 6일로 반도체 사업에 진출한 지 50주년이 되는 가운데, 기존 '반도체인의 신조'를 대체하고 새로운 50년을 이끌 'DS인의 일하는 방식'도 공개될 전망이다.
이를 바탕으로 인공지능(AI) 시장의 '큰손' 고객인 엔비디아에 고대역폭메모리(HBM) 5세대인 HBM3E를 본격 납품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열린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HBM3E에 대해 "주요 고객사 퀄(품질 테스트) 과정상 중요한 단계를 완료하는 유의미한 진전을 확보했고 4분기 중 판매 확대가 가능할 전망"이라고 밝힌 바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현안을 하나씩 풀어나가며 재도약을 준비하는 모습"이라며 "충분히 바닥을 다진 만큼 인적 쇄신과 조직 개편, 엔비디아 납품 등을 계기로 반등에 나서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태우·장용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ost42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