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삼성전자의 1위 자리를 지키기 위한 이재용 회장의 미래 전략에 관심이 쏠린다. 선친인 이건희 회장이 1993년 6월 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신경영'을 선언하며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자"고 강도 높게 혁신을 주문한 이후 이 회장이 구상하는 혁신이 무엇일지 재계가 주목하고 있다.
이 회장의 미래 전략 마련이 필요한 것은 3분기 실적 부진으로 시작된 삼성전자의 위기론을 불식시켜야 하고,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전영현 부회장이 반성문까지 제출한 만큼 고강도의 쇄신 방안을 통해 이 회장의 경쟁력 회복이 절실해졌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이병철 창업회장의 기일을 맞아 경기도 용인 호암미술관 인근 선영에서 열리는 추도식에 참석한다. 예년처럼 삼성을 비롯해 신세계, CJ, 한솔 등 범삼성 계열 그룹이 시간을 달리해 선영을 찾을 것으로 알려졌다.
행사 특성상 이 자리에서도 이 회장의 특별한 발표는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말 회장 취임 2주년을 침묵으로 보낸 이 회장의 경쟁력 확보 방안에 대한 궁금증이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 할 메시지는 나오지 않고 있다.
2022년 회장 승진에 앞서 가진 사장단 오찬에서는 "안타깝게도 지난 몇 년간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며 "새로운 분야를 선도하지 못했고, 기존 시장에서는 추격자들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회장은 이어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은 엄중하고 시장은 냉혹하다"며 "돌이켜 보면 위기가 아닌 적이 없다.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기회가 될 수 있다"며 과감한 도전을 강조했다.
앞서 2021년 11월에는 미국 출장을 마치고 귀국하며 "시장의 냉혹한 현실을 직접 보고 오게 돼 마음이 무겁다"고도 했다. 그사이 고물가·고금리 등으로 글로벌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고 미·중 갈등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잇따르며 이 회장의 우려는 현실화됐다.
이후 2년이 지났지만 삼성전자는 여전히 '과감하고 도전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고, 인공지능(AI) 시장 확대 등에 미리 준비하지 못해 고대역폭메모리(HBM) 주도권을 놓치며 고전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미국 정권교체 등 안팎에서 난제가 이어지는 가운데 최근 위기감을 현실화한 것은 3분기 실적이다.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은 9조1834억원으로 이미 낮아진 눈높이에도 못 미치며 시장에 충격을 줬다.
반도체 부문의 영업이익이 경쟁사인 SK하이닉스에 밀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앞서 5월 긴급 투입된 전 부회장이 3분기 잠정 실적 발표 후 이례적으로 사과 메시지를 내고 현재 당면한 위기 극복 방안으로 △기술의 근원적 경쟁력 복원 △보다 철저한 미래 준비 △조직문화와 일하는 방법 혁신을 제시했다.
이는 바꿔 말하면 현재 삼성전자가 그동안 자랑했던 초격차 경쟁력을 잃어버렸고, 미래 준비에 실패했으며, 소통 부족 등으로 조직문화도 망가졌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업계 안팎에서는 삼성전자가 '반성문'에 이어 내놓을 쇄신 카드에 주목하고 있다.
삼성전자 DS 부문은 7월 조직 개편을 통해 HBM개발팀을 신설한 데 이어 최근에는 연구개발(R&D) 인력을 일선 사업부로 재배치했다. 전 부회장 취임 이후 경영진단 등을 통해 그간 R&D 인력과 생산 현장 간 소통 부족과 '책임 떠넘기기'가 경쟁력 약화의 원인 중 하나라고 판단한 데 따른 조치다.
부진한 파운드리 생산라인의 가동을 일부 중단하고 불필요한 행사 축소 등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는 등 운영 효율화 작업도 진행 중이다. '반도체인(人)의 신조' 개정 작업에 나서는 등 구성원에게 '삼성맨'의 자부심을 일깨우고 조직문화를 개선하기 위한 작업도 하고 있다.
이달 말 또는 12월 초에 있을 연말 정기인사에서도 대대적인 조직 개편과 인적 쇄신이 예고됐다. 일각에서는 그룹 컨트롤타워 부활과 이 회장의 등기임원 복귀 필요성 등도 제기된다.
이찬희 준감위원장은 최근 발간한 준감위 연간 보고서에서 "새로운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경영 판단의 선택과 집중을 위한 컨트롤타워의 재건, 조직 내 원활한 소통에 방해가 되는 장막의 제거, 최고경영자의 등기임원 복귀 등 책임경영 실천을 위한 혁신적인 지배구조 개선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 회장의 등기임원 복귀 등이 실제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김태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ost42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