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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發 무역전쟁 2.0, 글로벌 경제 '퍼펙트 스톰' 우려 고조

중국산 60% 관세·전방위 10~20% 관세 가능성에 시장 긴장
IMF "세계 GDP 0.5% 타격", 인플레이션 재점화 리스크도

박정한 기자

기사입력 : 2024-11-18 07:47

도널드 트럼프의 재집권으로 글로벌 경제가 새로운 무역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것이라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의 재집권으로 글로벌 경제가 새로운 무역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것이라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의 재집권으로 글로벌 경제가 새로운 무역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것이라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특히 이번 무역 전쟁은 지난 1기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며, 중국에 대한 강경책을 넘어 유럽·멕시코 등으로 전선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파장이 더욱 클 것으로 예측된다고 15일(현지 시각) 배런스가 보도했다.

◇ 관세 부과의 단계적 접근, 공급망 재편과 인플레이션 압력


트럼프는 중국산 제품에 최대 6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다른 국가들의 수입품에도 10~20%의 전방위 관세를 부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가속하고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의 최신 분석에 따르면, 현재 중국산 수입품의 약 50%가 관세 부과 대상이다. 여기에 60% 관세가 추가되면 중국 내 생산시설을 보유한 글로벌 기업들의 80% 이상이 생산기지 이전을 검토할 것으로 전망했다. 주요 이전 대상 지역은 베트남·인도·멕시코 등이다.

이런 공급망 재편은 필연적으로 비용 상승을 동반한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는 생산시설 이전 비용, 신규 인프라 구축, 물류망 재설계 등으로 인해 향후 2년간 글로벌 기업들의 생산 원가가 평균 15~20% 상승할 것으로 추산했다.

인플레이션 측면에서도 우려가 크다. 미 상무부 자료에 따르면, 중국산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 시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최대 0.7% 상승할 수 있다. 여기에 다른 국가들에 대한 10~20%의 전방위 관세가 더해지면 CPI는 추가로 0.3~0.5% 상승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우려되는 점은 이런 비용 상승이 최종 소비자 가격에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모건스탠리는 기업들의 수익성 방어를 위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며, 이는 전 세계적으로 디스인플레이션 흐름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연구소의 메리 러블리 선임연구원은 새 행정부가 소비재 분야 일부 기업이나 하위 부문에 대해 사전 면제를 발표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인플레이션 압력을 일부 완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고려될 수 있다는 것이다.

◇ 중국의 대응과 보복 시나리오

중국의 대응은 미국의 접근 방식에 따라 달리 전개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크게 두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첫 번째 시나리오는 협력적 접근이다. 중국이 이를 미국과 경제 관계를 재조정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로듐그룹의 분석에 따르면, 중국은 미국 내 직접투자 확대나 수입물량 증대를 제안할 가능성이 있다. 최근 중국 정부 인사들의 미국 방문이 잦아진 것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된다. 특히 에너지·농산물 분야의 수입 확대와 미국 내 일자리 창출 프로젝트 참여 등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대립적 접근이다. 중국이 이를 경제적 압박으로 인식할 경우, 전략물자 통제 강화와 산업 공급망 교란 등 강경 대응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다. 통화정책을 활용한 대응도 가능하나, 이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국제금융 전문가들은 급격한 환율 변동이 아시아 지역 전반의 금융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현재 중국은 이미 공세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전기차 수출이 전년 대비 약 80% 증가했고, 철강 수출도 30% 이상 늘었다. 중국 정부는 수출기업에 대한 보조금도 확대하고 있다. 피터슨연구소는 "중국이 수출 기업 지원을 확대하면서 글로벌 공급과잉과 디플레이션 압력이 심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미·중 양국의 강경 대립이 장기화될 경우, 글로벌 공급망 붕괴와 인플레이션 충격이 불가피하다"며 "특히 반도체·배터리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탈동조화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글로벌 무역질서 재편 위험


무역 전문가들은 유럽과 기타 국가들에 대한 광범위한 관세 부과가 세계 경제에 상당한 충격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들의 분석에 따르면, 10% 수준의 관세만으로도 유럽 경제성장률이 0.2%포인트가량 하락할 것으로 관측된다. 독일의 경우 자동차 산업이 특히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전문가들은 20% 관세 부과 시 독일 자동차의 대미 수출이 절반 가까이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북미 시장에서는 더욱 강력한 관세 조치가 거론되고 있다. 특히 멕시코산 자동차에 대해서는 200%에 달하는 고율 관세가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는 현행 북미무역협정(USMCA)과 충돌할 소지가 있어 실현 가능성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또한 멕시코에 상당한 투자를 한 미국 기업들의 반발도 예상되는 상황이다.

국제무역 전문가들은 이러한 보호무역 기조가 1930년대 대공황 시기 이후 가장 강력한 수준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이는 세계 교역 질서에 근본적인 변화를 초래할 수 있는 중대한 도전 요인으로 지목된다.

◇ 한국 경제 영향과 대응 과제


이런 글로벌 무역환경 변화는 한국 경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국의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자동차·철강 등이 미국의 관세 정책과 중국의 보복 조치 사이에서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특히 반도체의 경우 미국의 대중 수출통제와 중국의 자급화 정책 사이에서 이중고가 예상되며, 자동차 산업은 원자재 가격 상승과 공급망 재편 비용 증가로 수익성 악화가 우려된다. 철강 산업은 중국의 공격적 수출 확대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수출 시장 다변화와 함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전환을 더 가속화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 △신흥국 시장 개척 강화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산업 경쟁력 제고 △친환경·디지털 전환 가속화 등이 요구된다. 또한 미·중 무역갈등 심화에 따른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는 전략적 접근도 필요하다. IMF는 이번 무역전쟁이 2026년까지 세계 경제 생산량을 0.5% 감소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무역전쟁이 여러 부문으로 확대될 경우 기업들이 '안전한' 대체 조달처를 찾기 어려워 인플레이션 급등과 시장 불안이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 경제의 체질 개선과 산업 구조조정은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제가 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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