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급등하면서 시중은행들 건전성 관리도 비상이 걸렸다. 원·달러 환율 상승은 은행의 건전성 지표인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에 부정의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이어지고 있는 고환율 현상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아 은행들은 맞춤형 건전성 관리 전략의 재수립이 불가피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18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오는 20일 박충현 은행담당 부원장보 주재로 국내 시중은행과 외국계 은행 국내지점 10곳의 외환·자금 담당 임원을 소집해 외화 유동성 상황 점검회의를 연다. 이 자리에서 금감원은 은행별 외화유동성 상황을 확인하고 각 은행의 관리계획을 청취할 예정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선이 확정된 이후 달러값은 연일 강세를 보이면서 원·달러 환율은 급등하고 있다. 이달 초 트럼프 재집권 확정 직후 가파른 상승 곡선을 보인 원·달러 환율은 1400원대 진입 이후 지난주에는 연고점인 1410원을 터치하는 파죽지세를 보였다. 이번 주에는 1390원대로 내려와 숨고르기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1390~1400원 초반대에 움직이면서 1400원대 재진입을 노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발 강달러 압력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1400원대 환율이 '뉴노멀'(새로운 기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고환율이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은행권에는 건전성 관리 비상이 걸렸다. 환율이 오를수록 은행의 건전성은 나빠진다. 외화 대출 등 외화 자산을 원화로 환산하면 금액이 늘어나는 만큼 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을 끌어 내리기 때문이다. 특히 외화 자산이 많은 은행일수록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BIS 비율은 자기자본을 위험 자산으로 나눈 비율로, 환율이 오르면 위험 자산에 포함되는 외화 자산의 원화 환산액도 늘어나 BIS 비율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아직 국내 은행의 자본비율이 대체로 양호한 만큼 고환율 장기화에 대한 대비가 중요한 시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모든 국내 은행의 자본비율은 규제비율을 웃돌고 있다. 총자본비율 기준으로 씨티(32.71%)·카카오(28.82%)·SC(21.62%)·KB지주(16.63%)·농협지주(16.28%)가 16%를 웃돌고 케이뱅크(13.86%)와 JB지주(13.86%)는 14% 미만으로 상대적으로 낮았지만 규제 기준은 크게 웃돌았다. 감독 당국의 규제 기준은 총자본비율 10.5%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