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당선자는 대선 공약으로 미국에 수입하는 모든 제품에 10~20% 관세를, 그리고 자신이 1기 집권 당시 배신당했던 중국에는 최소 60% 관세를 물리겠다고 약속했다.
관세는 기본적으로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관세를 물리는 나라, 수출하는 나라 모두 손해라는 것이 경제학의 정설이다.
그러나 복잡한 정치 지형과 강경론자들의 득세로 실제 손해가 나타나더라도 트럼프가 1기 집권기에 그랬던 것처럼 밀어붙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한편 주로 중국을 겨냥한 트럼프의 대대적인 관세 정책이 세계 경제에 어떤 충격을 줄지는 중국이 이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관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초점은 중국
트럼프가 약속한 모든 수입품에 10~20%, 중국 수입품에 최소 60% 관세 공약은 그냥 백지수표로 끝날 가능성은 낮다.
배런스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내년 1월 20일(현지시각) 취임하자마자 곧바로 중국에 보복관세를 물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자신이 1기 집권 시절 중국과 1단계 무역협정에 합의했지만 중국이 이를 지키지 않은 데 따른 보복을 단행한다는 것이다.
중국은 트럼프의 대규모 관세에 직면해 미국 제품 2000억 달러어치를 추가로 구매하겠다고 약속했지만 트럼프가 2020년 대선에서 패하고 조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자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트럼프는 무역협정 위반을 이유로 취임 첫 날 대통령 행정명령을 통해 중국 제품에 50% 관세 부과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된다.
수개월 안에 50% 관세가 매겨지고 미국은 유리한 지형에서 중국과 무역협상에 나서려 할 전망이다.
특히 대중 무역협상을 이끌 인물은 트럼프의 보호주의 정책을 입안한 초강경파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다.
트럼프는 라이트하이저를 USTER 대표로 이미 낙점했다.
중국의 대응
중국이 미국의 고강도 보복 관세에 어떻게 대응할 지가 앞으로 미국의 통상 정책 전반, 또 이에 따른 세계 경제 충격 강도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충격이 작은 시나리오는 중국이 미국과 협상에 나서는 것이다. 실현가능성은 높다.
중국 경제 성장률이 이미 중국 노동자들의 불만이 터지지 않을 정도로 높은 수준에서 벗어난 터라 중국 지도부가 타협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미국에 더 많은 미국산 제품, 주로 농산물을 수입하겠다고 약속하고 기업들의 미국 투자도 확대하겠다면서 미국을 달래는 방법이다.
이렇게 돼도 경제적 충격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만약 중국이 트럼프의 고강도 관세정책을 ‘중국 죽이기’로 받아들여 무역전쟁을 선포하면 충격의 강도는 훨씬 더 커지게 된다.
중국도 미 농산물에 대규모 관세를 매기면서 무역전쟁이 시작될 수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무역전쟁으로 확대되지 않는 관세 전쟁 만으로도 2020년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 0.5% 감소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환율 전쟁
중국이 미국에 맞대응 하기로 결정하면 세계가 무역 전쟁과 동시에 환율 전쟁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미국의 대중 관세로 미 수출이 어려워진 중국이 다른 나라로 수출을 돌리면서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인위적인 위안화 평가절하에 나설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만약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3~5% 끌어내리면 환율 전쟁으로 치닫지는 않겠지만 절하 폭을 10~15%로 확대하면 중국과 수출 시장에서 겨뤄야 하는 나라들도 연쇄적인 평가절하가 불가피하다.
IMF 중국 담당 국장 출신인 에스와르 프라사드 코넬대 교수는 10~15% 평가절하는 그러나 중국도 상당한 위험을 부담해야 하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대대적인 위안화 평가 절하는 중국 인플레이션을 대폭 끌어올릴 뿐만 아니라 자본 해외 유출과 금융 불안을 촉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 경우 중국의 자유시장 경제 지위를 박탈할 수도 있다.
미국은 2000년 중국에 정상교역국 지위를 부여했고, 이를 발판 삼아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며 세계 경제에 편입됐다.
그러나 강경론자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 지명자는 지난 수년 중국의 이 지위를 박탈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 지위가 박탈되면 중국은 미국과 교역에서 북한이나 러시아와 같은 대접을 받는다. 사실상 수출 길이 막힌다.
베타 파트너스의 헨리에타 트레이즈 상무는 “이는 갈 데까지 간 상황이 되는 것”이라면서 “아마도 항구적인 조처가 될 것이고, 미 교역 지형을 엄청나게 극적으로 바꿔놓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레이즈는 중국의 정상 교역국가 자격을 박탈하는 법안이 의회를 통과할 가능성을 40%로 봤다.
뚜껑 열려봐야 알아
트럼프의 급진적인 관세 정책은 한꺼번에 실행되는 대신 단계적으로 이행될 것으로 보인다. 먼저 중국을 손보고, 뒤에 동맹국들을 포함한 미 교역 상대국들을 대상으로 점진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미국도 관세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과 충격을 점검해야 하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제시한 관세 정책이 실제 어느 규모로 진행될지는 예측하기 어렵지만 적어도 그가 1기 집권 시절 과감한 실행력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과격한 관세 정책 실행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도 없다.
판테온 매크로의 이언 셰퍼드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금은 일단 기다리며 지켜볼 때라면서 “엄청난 정책 변화가 있을 수도, 그저 허풍에 끝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미혜 글로벌이코노믹 해외통신원 LONGVIEW@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