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철강업계가 중국 저가 철강제품 공세 등 대내외 환경 변화로 최대 위기에 처했다. 포스코는 한국 철강 산업을 상징하는 포항제철소 1선재공장을 가동 45년 만에 멈춰 세웠다. 중국 저가 철강 제품이 국내 시장을 장악하면서 생산 공급 물량을 조절하는 차원에서다. 다른 철강사도 마찬가지다. 해외 주요 공장을 매각하거나 폐쇄하고 있다. 세계 6위 철 생산국이라는 타이틀의 한국 철강업계가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감산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날 포스코는 매년 하락을 거듭해온 공장 가동률을 버티지 못하고 포항제철소 1선재공장을 가동 45년 만에 폐쇄했다. 호황기에는 90%에 육박하는 공장 가동률이 60~70%로 내려앉았기 때문이다. 이에 1979년 문을 연 이곳은 45년 9개월 만에 가동을 멈추게 됐다.
포스코는 최근 중국 유일의 제철소 '장자강포항불수강'도 매각에 돌입했다. 업계 2위인 현대제철도 최근 포항2공장 폐쇄를 추진한다고 선언했다. 중국 충칭과 베이징 공장을 매각했다. 한국 산업의 핵심축으로 '메이드 인 코리아' 신화를 대표하던 철강산업이 추락하고 있다.
문제는 내년이다. 업계는 지난해 철강 수요가 역성장한 것에 이어 올해와 내년까지도 저성장 기저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 포스코는 현재 적자 사업, 비핵심 자산 125개를 선정해 매각·처분하는 혹독한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희망퇴직까지 받았다.
포스코는 창사 이래 첫 파업사태까지 벌어질 위기에 놓였다. 임금협상에 실패한 포스코 노조가 25일 쟁의행위를 위한 찬반투표에 들어간다.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이 실패할 경우 파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업계 2위인 현대제철도 상황이 좋지 않다. 생산량 조절을 위해 장기 특별 보수에 나섰다. 당진제철소는 9월부터 3개월간, 인천 공장은 2월부터 6개월간 특별 보수를 각각 진행했다. 이로 인해 가동률을 낮춘 포항2공장은 폐쇄를 추진하고 있다. 당연히 노조의 거센 반발에 부딪히며 갈등이 깊어졌고, 이날 노조는 현대제철 판교 본사 앞 집회에 나섰다.
여기에 환경규제 대응을 위해 사용 중인 전기로지만 전기료가 인상되면서 부담이 커졌다. 전기고로만 사용하는 동국제강은 비용 절감을 위해 야간에만 작업하는 행보도 보인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 1~9월 조강(쇳물) 생산량은 4764만 톤(t)으로 2010년 이후 14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공장 가동률 역시 포스코는 85%, 현대제철은 84.2%, 동국제강은 봉형강·후판이 각각 77.4%와 63.8%를 기록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철강 수입 규제를 추가로 강화하면 또 다른 리스크로 작용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미 반덤핑관세를 적용받고 있는 철강업계의 경쟁력이 더 악화될 우려가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중국 내에서 소비하지 못한 철강 물량이 인접 국가인 우리나라로 많이 밀려 들어오고 있다"며 "대내외 악재까지 겹치면서 철강업계가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김정희·김태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ost42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