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관세 부과 계획이 당초 우려했던 것만큼 광범위하지 않을 것이란 기대감에 미국 달러화가 6일(현지시각) 뉴욕 시장에서 한때 1% 넘게 하락했다.
이날 워싱턴포스트(WP)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당선인 측이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보편 관세를 일부 핵심 수입 품목에만 제한해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 소식에 그동안 더 광범위한 관세를 예상했던 시장이 안도하면서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지수는 한때 1% 넘게 하락했다. 달러 지수는 지난 2일 2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며 109.54까지 급등했으나 이날 뉴욕 시장 초반 107.575까지 하락했다.
그렇지만 이후 트럼프 당선인이 트루스 소셜 게시글에서 이 보도를 부인하자 달러 지수는 108을 회복하며 하락 폭을 줄였다.
이날 리사 쿡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의 발언도 달러화의 하락 폭을 줄이는 데 일조했다. 쿡 이사는 "적절한 시기에 추가 금리 인하 조치가 있겠지만, 미국 경제가 견고한 기반 위에 있고 고질적인 인플레이션을 감안할 때 추가 금리 인하에 신중을 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날 유로화는 한때 달러 대비 1.13% 상승한 1.0433달러를 기록하며 일주일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뒤 후반 상승 폭을 줄이며 0.8% 오른 1.039달러에 거래됐다. 유로화는 지난 2일 거래에서 25개월 만에 최저치인 1.0225달러까지 하락한 바 있다.
그동안 트럼프의 전면적인 관세 부과 가능성에 유로화와 위안화는 가장 큰 하락 압력을 받아 왔다.
토론토 소재 코페이의 칼 샤모타 수석 시장 전략가는 로이터에 "트럼프의 '트루스 소셜' 게시글이 외환 시장 변동성을 주도한 것이 사실"이라며 "시장 컨센서스는 트럼프의 행동보다 말이 더 위협적일 것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날 중국 위안화는 WP 보도 이후 랠리를 펼치며 역외 위안화가 달러 대비 0.26% 상승한 7.341위안을 기록했다. 달러는 중국이 트럼프의 주요 관세 부과 대상국 중 하나로 여겨지면서 지난주 위안화 대비 2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영국 파운드는 달러 대비 0.8% 상승한 1.2515달러에 거래됐다. 달러는 엔화에 대해서는 0.1% 상승한 157.42엔에 거래됐다.
시장에서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광범위한 관세가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부추겨 연준의 금리 인하 폭을 제한하고 채권 수익률을 더 높게 유지해 달러 강세를 지지할 것으로 예상해 왔다.
그렇지만 WP의 보도대로 보편관세가 특정 품목에만 적용될 경우 세계 경제와 미국의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되면서 달러화의 하락 반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크레디트 아그리콜의 발렌틴 마리노프 주요 10개국(G10) 외환 전략 책임자는 블룸버그에 특정 부문에만 적용되는 관세 프로그램이 확정될 경우 "위험선호 심리가 회복되고 미국 달러에 부담을 줄 수 있다"면서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공격적인 포괄적 관세로 인플레이션 위험을 부채질하지 않도록 매우 신중할 것이라는 견해와 일치한다"고 말했다.
시장은 오는 10일 발표될 미국의 12월 비농업 고용보고서를 비롯해 주중 공개될 미국의 고용 관련 지표와 연준 위원들의 연설에 주목하고 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