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당선인이 바이든 행정부의 292개 경제 규제를 전면 재검토하고 "수천 개의 규제를 무효화하겠다"는 강력한 규제 개혁을 예고하면서, 미국 경제의 근본적 변화가 예상된다.
악시오스가 11월 29일(현지시각) 보도한 바에 따르면, 트럼프는 일론 머스크와 비벡 라마스와미가 제안한 정부효율부(DOGE) 계획을 통해 연방정부의 규모와 영향력을 획기적으로 축소하려 한다.
트럼프 진영의 규제 개혁은 크게 세 가지 방향에서 추진될 전망이다. 첫째, 의회검토법(CRA)을 활용한 신속 규제 철폐다. 이는 1996년 제정된 법으로 차기 행정부가 의회의 단순 다수파 지지만 확보하면, 전임 대통령의 임기 말에 만들어진 규칙을 뒤집을 수 있게 한다. 트럼프는 첫 임기 때 이미 이 법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오바마 시대의 규정들을 뒤집은 경험이 있다.
진보적 소비자 옹호단체인 퍼블릭 시티즌(Public Citizen)은 CRA를 사용하여 뒤집을 수 있는 100개 이상의 행정 규칙 목록을 이미 발표했다. 이는 트럼프의 규제 철폐가 매우 신속하고 광범위하게 이뤄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둘째, 정부효율부(DOGE)를 통한 연방정부 구조조정이다. 이는 머스크와 라마스와미가 주도하는 핵심 개혁 프로젝트다. 머스크는 연간 2조 달러 이상의 예산 절감이 가능하다고 주장했으며, DOGE는 연방 기관 개편과 관료제 축소를 추진할 예정이다.
이들은 "개혁을 위한 우리의 북극성은 미국 헌법이 될 것"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의 재임 기간 동안 발표된 두 가지 중요한 대법원 판결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밝혔다. DOGE는 낭비성 지출을 파악하고 대폭 줄이는 것을 주요 과제로 삼고 있으며, 모든 활동과 결정 사항을 온라인에 공개하여 투명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특히 워싱턴 D.C.의 비선출직 공무원들의 권한을 제한하고, 기업가적 접근 방식을 도입해 정부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셋째, 환경·노동·금융 등 핵심 분야의 규제 완화다. 여기에는 매우 구체적인 타깃이 이미 설정되어 있다. 트럼프는 첫 임기 때 이미 100개 이상의 환경 규제를 후퇴시켰으며, 이번에도 메탄 배출 규제, 화석연료 생산 제한, 청정전력계획, 습지 보호 제거, 야생동물 보호 제한 등을 폐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초과근무법 확대안, 비경쟁 금지 제안 등 노동 관련 규제도 완화될 전망이다.
특히, 환경 운동가들은 향후 10년 동안 음용수 시스템의 모든 납 파이프를 식별하고 교체하도록 요구하는 규칙의 철회를 우려하고 있다. 노동 분야에서는 약 400만 명의 근로자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초과근무법 확대안이 이미 텍사스 판사에 의해 뒤집혔으며,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제안한 비경쟁 금지 제안도 비슷한 운명에 처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들, 특히 항공업계는 트럼프의 규제 완화 정책을 적극 환영하는 모습이다. 델타항공의 CEO 에드 바스티안은 트럼프 행정부를 "신선한 공기"라고 표현하며, "규제 환경, 정부 관료주의, 그리고 지난 4년간 우리 산업에서 목격한 과도한 개입의 정도를 재평가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의 CEO 로버트 조던 역시 "규제나 규칙 제정에 있어 다소 덜 엄격할 수 있는 교통부"에 대해 낙관적인 견해를 보였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 하에서 시행된 승객 요금 공개 의무화 등 각종 소비자 보호 규제에 대한 항공사들의 불만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규제 완화 정책은 금융 안정성과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2018년 트럼프가 서명한 '경제성장, 규제완화 및 소비자보호법'의 사례가 주목된다. 이 법은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금융기관"의 자산 기준을 500억 달러에서 2,500억 달러로 대폭 상향 조정했고, 그 결과 많은 중소형 은행들이 엄격한 감독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규제 완화가 2023년 실리콘밸리은행(SVB) 붕괴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유동성 평가, 스트레스 테스트, 자본 요건 등의 규제 완화가 은행의 리스크 관리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환경 보호 측면의 우려도 구체화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통해 제공되던 친환경 보조금이 트럼프 집권 이후 대폭 축소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으며, 이는 항공 산업을 포함한 전반적인 친환경 정책의 후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더욱이 이번 규제 개혁에서는 법원의 판결 동향이 주목된다. 트럼프가 지명한 세 명의 대법관이 서명한 여러 판결들이 이미 정부의 규칙 제정 능력을 제한했으며, 최근 텍사스 판사가 초과근무법 확대안을 뒤집은 사례는 향후 규제 관련 소송의 향방을 가늠하게 한다.
2025년 이후 미국의 규제 정책 변화는 글로벌 경제 질서 재편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환경·노동·금융 분야의 규제 완화는 기업 활동의 자유도를 높이는 동시에, 시장 안정성과 소비자 보호에 대한 도전 요인이 될 수 있다. 특히 환경 규제 완화는 파리기후협약 이행에 차질을 빚을 수 있으며, EU 등 주요국과의 통상 갈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