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월 도널드 트럼프의 취임을 앞두고 미국 투자자들 사이에서 세제 변화에 대비한 자산 이동이 본격화되고 있다.
11월 29일(현지시각) 배런스는 이런 흐름에 주목하고 주요 자산관리 전문가들의 심층 분석을 통해 트럼프 시대의 자산관리 전략을 제시했다.
트럼프는 2017년 감세안 연장과 추가 감세를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이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현재 미국의 재정적자는 GDP의 6%인 1.8조 달러에 달하며, 국가 이자비용은 연간 8820억 달러로 군사비 지출을 상회한다.
배런스 보도에 따르면, 스세테라 파이낸셜의 진 골드만 CIO는 "성장과 인플레이션 상승, 연준 금리정책 변화, 채권 수익률 상승 압력을 예상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의 투자자들은 이중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우선 단기적으로는 현재의 낮은 세율을 활용한 절세에 집중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기존 퇴직계좌 자산을 Roth IRA로 전환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는 현재는 세금을 내지만 향후 비과세 인출이 가능해 장기적 세부담을 줄일 수 있는 전략이다. 또한 건강저축계좌(HSA)도 주목받고 있는데, 입금 시 세금공제, 투자수익 비과세, 의료비 지출 시 비과세 혜택을 제공한다.
장기적으로는 자산보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채권 투자에서는 현재 평균 4.5% 수익률을 제공하는 MMF와 고품질 회사채가 선호되고 있다. 주식은 견고한 수익과 배당, 건전한 재무구조를 갖춘 기업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추세다. 지방채도 세후 기준 6% 이상의 수익률로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처로 평가받고 있다.
이러한 미국 투자자들의 절세 전략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크게 금융상품을 활용한 절세와 포트폴리오 재구성을 통한 자산보호로 나눌 수 있다.
먼저 Roth IRA는 미국의 대표적인 은퇴계좌로, 일반 IRA와 달리 입금 시에는 세금을 내지만 운용수익과 인출 시에는 비과세 혜택을 받는다. 현재처럼 세율이 낮을 때 일반 IRA에서 Roth IRA로 전환하면, 향후 세율 인상에 대비할 수 있다. 건강저축계좌(HSA)는 의료비 지출을 위한 계좌로, 입금액에 대한 세금공제, 운용수익 비과세, 의료비 지출 시 비과세라는 '트리플 세금혜택'을 제공한다. 특히 65세 이후에는 의료비 외 용도로 인출해도 일반 소득세만 부과되어 은퇴계좌로도 활용할 수 있다.
자산보호 전략에서는 안정성과 수익성의 균형을 추구하고 있다. MMF는 단기금융상품에 투자하여 안정적인 수익을 제공하는데, 현재 미국의 MMF 규모는 사상 최대인 6.7조 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회사채는 신용등급이 높은 우량기업 채권을 중심으로 선별 투자하며, 국채보다 높은 수익률을 제공한다. 지방채의 경우 주정부나 지방정부가 발행하는 채권으로, 이자소득에 대해 연방세가 면제되어 고소득자의 절세수단으로 인기가 높다.
주식투자에서는 실적과 재무구조가 견실한 우량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있다. 특히 안정적인 현금흐름과 배당을 제공하는 기업을 선호하는데, 이는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수익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볼 수 있다.
2025년 트럼프 취임 이후에는 두 가지 경로가 전망된다. 감세 정책이 단기 경기부양으로 이어질 수 있으나, 이는 재정적자와 인플레이션 압력을 키울 수 있다.
또한, 재정건전성 회복을 위한 증세가 불가피해, 현행 증여세 면제한도(1361만 달러)가 2025년 말 이후 절반으로 축소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론적으로 트럼프의 재집권은 단기 부양과 장기 긴축이라는 상충된 과제를 안고 있다. 감세 정책으로 인한 단기적 경기부양 효과가 예상되지만, 재정적자 확대와 인플레이션 압력은 결국 금리 상승과 긴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투자자들은 이러한 정책 변화의 양면성을 고려한 투자 전략이 필요하다.
미국 투자자들이 보여주는 대응 전략은 한국 투자자들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단기적으로는 트럼프의 감세 정책이 달러 강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환위험 관리와 함께 시장 상황에 따른 달러 자산 비중의 탄력적 조정이 필요하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재정적자 확대에 따른 달러 약세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채권 투자의 경우, 금리 상승 위험에 대비해 단기물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우량 회사채와 같은 안전자산의 비중을 높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장기적으로는 인플레이션 위험에 대비한 실물자산 투자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재정적자 확대는 결국 달러 약세와 자산 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어, 귀금속이나 부동산과 같은 실물자산을 통한 자산가치 보전이 중요하다. 또한, 한국의 절세형 금융상품을 활용한 세부담 경감도 고려해야 한다. 미국의 사례에서 보듯 ISA나 퇴직연금과 같은 세제혜택 상품의 전략적 활용이 필요한 시점이다.
무엇보다 2025년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분산투자를 통한 리스크 관리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질 것이다. 한국 투자자들은 이런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면서, 동시에 과도한 포트폴리오 조정은 피하는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