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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유럽 향한 新실크로드로 경제·안보 영향력 확대

"中-유럽 철도망 구축으로 해상봉쇄 대비...식량안보 전략도 강화"

박정한 기자

기사입력 : 2024-11-27 10:22

중국이 일대일로 구상의 핵심으로 유럽행 철도 네트워크를 본격적으로 가동하며 경제·안보 영향력 확대에 나서고 있다. 사진=로이터 이미지 확대보기
중국이 일대일로 구상의 핵심으로 유럽행 철도 네트워크를 본격적으로 가동하며 경제·안보 영향력 확대에 나서고 있다. 사진=로이터

중국이 일대일로(一帶一路) 구상의 핵심으로 유럽행 철도 네트워크를 본격적으로 가동하며 경제·안보 영향력 확대에 나서고 있다. 이는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응하는 대체 공급망 구축의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고 26일(현지시각) 닛케이가 보도했다.

중국 철도익스프레스(China Railway Express)는 현재 중국 125개 도시와 유럽 25개국 227개 도시를 연결하며, 지난해에만 17,000대의 열차가 운행됐다. 이는 2015년 대비 20배 증가한 수치다. 이 철도망은 해상운송 대비 운송시간을 50% 단축하고, 항공운송보다 저렴한 비용을 제공한다.

특히 중국-카자흐스탄 국경도시 코르고스는 이 네트워크의 핵심 거점으로 부상했다. 현지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600만 명이 이 국경 자유무역지대를 방문했으며, 도매상과 무역 서비스 업체들이 급증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의 유럽 진출도 가속화되고 있다. 전기차 업체 BYD와 배터리 제조사 CATL이 헝가리에 진출했으며, 가전업체 하이센스는 세르비아에서, TCL은 폴란드에서 생산기지를 확대하고 있다. 중국은 이들 중·동부 유럽 국가들을 유럽 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활용하고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중국이 식량안보 전략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산시성 양링의 첨단 농업 모델 지구는 상하이협력기구(SCO)와 연계해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농업 기술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카자흐스탄과의 밀 재배 연구는 중국의 식량안보 강화 전략의 하나로 평가된다.

중국의 밀 수입 의존도는 지속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수입량은 약 1,200만 톤으로 10년 전의 4배에 달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기존 호주, 미국, 캐나다 중심이던 수입선이 카자흐스탄으로 다변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2023년 카자흐스탄으로부터의 수입량은 전년 대비 14배 증가한 50만 톤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이러한 움직임이 단순한 경제 협력을 넘어 안보 전략적 의미를 지닌다고 분석한다. 대만해협이나 남중국해 관련 위기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해상봉쇄와 제재에 대비해 서쪽을 향한 대체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실크로드는 기원전 2세기부터 15세기까지 번영하며 최초의 세계화를 이끌었다. 이후 유럽의 항해술 발전으로 해상 무역이 번성했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태평양을 중심으로 한 세계화가 진행됐다.

그러나 최근 미·중 갈등이 심화하면서 세계 무역의 중심축이 다시 한번 변화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의 현대판 실크로드 구축은 이러한 변화를 선도하려는 전략적 시도로 해석된다.

일각에서는 일대일로 구상이 부채의 덫이 되고 있다는 비판과 함께 이탈리아의 탈퇴 등 국제사회의 지지가 감소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중국은 유럽으로 가는 실크로드 복원이라는 목표를 꾸준히 추진하며 실질적 성과를 내고 있다.

중국의 현대판 실크로드 전략이 한국 경제에 새로운 도전과 기회를 제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유라시아 물류망 구축이 한국의 수출입 루트와 공급망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분석한다.

"한국은 그동안 해상운송에 크게 의존해 왔지만, 중국-유럽 철도 네트워크의 발전으로 새로운 물류 옵션을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지적했다. 실제로 일부 한국 기업들은 이미 중국 철도를 경유한 유럽 수출을 시험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의 카자흐스탄 국경도시 코르고스를 경유하는 새로운 물류 루트가 기존 해상운송 대비 시간과 비용 측면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전기차와 배터리 등 신성장 산업 분야에서 활용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식량안보 측면의 시사점도 주목된다. 농업 전문가들은 "중국이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와 추진하는 농업 협력은 한국의 식량안보 전략에도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고 분석했다. 한국도 주요 곡물 수입선 다변화를 위해 중앙아시아 지역을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리스크 요인도 존재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관계자는 "미·중 갈등 심화로 인한 지정학적 리스크와 함께, 중국 중심의 물류 네트워크 의존도 심화에 따른 위험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은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첫째, 중국-유럽 철도 네트워크를 활용한 새로운 물류 루트 개발이다. 둘째, 중앙아시아 시장 진출을 위한 현지 네트워크 구축이다. 셋째, 식량안보를 위한 중앙아시아 농업 협력 강화다.

특히, 현대와 삼성 등 대기업들의 유럽 생산 기지가 있는 중동부 유럽에서는 새로운 기회가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연구원은 "중국의 물류 네트워크를 활용해 한국 기업의 유럽 시장 진출이 더욱 쉬워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도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유라시아 물류 네트워크 변화에 대응한 새로운 통상전략을 수립 중"이라며 "특히 중앙아시아 국가들과의 경제협력 강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소기업계에서도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중국-유럽 철도망을 활용한 수출 지원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라며 "중소기업의 유럽 시장 진출 확대를 위한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론적으로 중국의 新실크로드 전략은 한국 경제에 양면성을 갖는다. 새로운 물류망 활용과 시장 진출 기회가 열리는 한편, 미중 갈등 심화와 물류 의존도 증가라는 리스크도 존재한다. 전문가들은 기회와 위험을 균형있게 고려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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