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서울 불바다 위협'을 한 자주포와 방사포를 러시아로 보낸 것으로 보인다. 이 자주포는 분당 발사율이 낮고 정확성이 낮은 포여서 러시아로 간다고 해서 한국에 큰 위협은 아니다. 문제는 북한이 이 자주포 대신 구경이 크고 사거리가 길며 정확도가 높은 방사포를 배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군이 대비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미국의 군사 전문 매체 디펜스블로그는 지난 14일 북한의 M1989 '곡산포'가 기차에 실려 러시아로 가고 있는 사진을 실었다. 10여일 정도가 지난 만큼 이 자주포가 러시아를 거쳐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됐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또 영국 경제일간지 파인내셜타임스(FT)는 16일 북한이 국내에서 생산한 240mm 방사포 20문을 러시아에 공급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보도했다. 이 방사포의 사거리는 60km로 알려져 있다.
1980년대 개발돼 노후한 곡산포는 장거리 타격 능력 때문에 유명세를 탔다. 이 포는 T-54와 T-62 전차 차체 위에 170mm 포를 얹힌 자주포다.이 포의 사거리는 재래식 포탄으로는 40km, 로켓추진탄을 쏘면 60km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 포 모두 휴전선에서 쏜다면 수도권 대부분의 지역을 타격할 수 있는 사거리를 가졌다.
곡산포의 단점은 발사 속도가 낮다는 점이다. 5분에 한 발이나 두 발의 속도로 쏜다. 즉 10분에 두 발이나 네 발 속도다. 이런 발사 속도로 포를 쏜다면 유사시 한국 공군이나 대화력전에 나서는 한국군 자주포의 먹이가 되기 쉽다. 240mm 역시 유도기능이 없어 정확성이 떨어진다. 이런 이유에서 북한은 러시아에 선심 쓰듯 이 포를 지원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문제는 북한이 170mm와 무유도 240mm 방사포를 빼면서 유도 기능을 갖춘 240mm 방사포나 600mm 대구경 방사포를 확충하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8월28일 김정은이 제2경제위원회 산하 국방공업기업소들이 생산한 240mm 방사포 무기체계의 검수시험사격을 참관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당시 이들 방사포 무기체계와 관련해 "기동성과 타격 집중성에서 기술 갱신된 것"이라고 소개하면서 "새로 도입된 유도체계와 조종성, 파괴 위력 등 모든 지표들에서 우월성이 입증됐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유도 기능을 갖춘 방사포를 시험해 배치하고 있을 공산이 크다. 북한에서 유도기능을 갖춘 방사포는 300mm부터였다.
미국 싱크탱크 CSIS 산하 사이트인 미사일쓰렛(Missile Threat)에 따르면, 6륜형 트럭 위에 발사관 4개씩 두 개의 포드로 구성된 북한의 300mm 방사포의 사거리는 최대 200km다. 이 정도만 해도 수원과 서산, 충주 등의 공군기지를 무력화할 수 있다.
더 걱정스런 것은 북한이 지난 5일 구경 600mm 대구경 방사포의 시험 발사를 하는 등 시험발사를 계속하면서 정교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방사포는 전술핵을 탑재할 수 있고 종말단계에 포탄이 팝업 기능을 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군 방공망으로 방어가 쉽지 않은 특징으로 꼽힌다.
북한의 전술 변화에 대응한 한국군 대책은 있는가? 현재로서는 '없다'가 정답에 가깝다. 한국군의 지대공 방어망은 고고도는 사드(THAAD)가 맡고 중고도는 천궁-2, 그 아래는 미국제 패트리엇 미사일이, 그리고 그 아래는 신궁 등이 맡고 있다. 그러나 이들 미사일 포대 배치수량이 적어 유사시 비오듯 쏟아질 북한의 방사포를 막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한국군도 국산화만 고집할 게 아니라 이스라엘의 아이언돔을 수입해 우선 배치하고 그 다음에 한국형 아이언돔이라는 장사정포 요격체계(LAMD)를 도입하는 게 현명할 것이다.
방위사업청은 지난달 28일 제164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열어 LAMD 전력화 시기를 2029년으로 2년 앞당기기로 결정했다. 그렇더라도 앞으로 5년 뒤이며 얼마나 많은 수량이 확보될지는 미지수다. 그때까지 우리 국민은 북한의 대구경 방사포탄을 머리 등 맨몸으로 막을 수밖에 없다. 이것이 북한 위협을 막는 대책은 아니지 않는가?
박희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acklond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