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차기 미국 대통령이 미국 중심주의에 기반해 무역 장벽을 과거 어느 때보다 높이겠다고 공언하고 나서면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자유무역의 수호자로 급부상하는 이례적인 국면이 조성되고 있다.
거의 모든 사안에 걸쳐 미국과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 입장에서는 2기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 중국이 국제 무역질서의 중심축으로 떠오를 절호의 기회를 맞을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 시진핑 中 주석 “미국발 보호 무역주의 확산 저지하겠다”
그는 “보호 무역주의의 기승으로 전세계 경제가 파편화되면서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는 상황”이라면서 “이제 세계는 요동치는 변화의 국면에 들어간 만큼 이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미국발 보호 무역주의 확산을 저지하는데 선두 주자 역할을 하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시 주석은 이어 17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APEC 정상회의에서도 “상호의존 관계에 있는 국제 질서를 분열시키는 것은 역사를 거꾸로 돌리는 행위”라며 트럼프 차기 대통령을 겨냥했다.
그는 “우리는 자유롭게 투자, 교역, 기술, 서비스가 오가는 국제 무역질서를 위협하는 장벽을 허물어 글로벌 산업 공급망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힘을 쏟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 2기 트럼프 행정부와 기존 동맹국들의 불안한 관계
블룸버그는 시 주석이 국제 무역질서의 수호자를 자처하고 나선 배경에 대해 “중국 공산당 정부는 트럼프가 대선 공약으로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60%의 폭탄 관세를 부과하고 다른 나라들에 대해서는 20%의 보편관세를 매기겠다고 밝힌 것이 오히려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입지를 강화시키는 호재가 될 것으로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20%의 보편관세를 적용받는 나라들 가운데 상당수가 2기 트럼프 행정부와 무역 마찰을 빚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 자체가 중국이 이들 나라와 호혜적 관계를 개선하는데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시 주석이 이번 APEC 정상회의에서 한국을 위시해 태국, 싱가포르, 칠레, 일본, 뉴질랜드 등 미국과 가까운 아펙 소속 나라들의 정상들과 일대일 회담을 집중적으로 가진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시 주석이 일대일로 만난 APEC 정상 가운데 한명인 크리스토퍼 럭슨 뉴질랜드 총리는 중국의 행보에 가세할 뜻이 있다는 입장을 피력하기도 했다.
럭슨 총리는 APEC 정상회의 부대행사로 지난 15일 열린 ‘APEC CEO 서밋’에 참석한 자리에서 “우리는 힘에 기반한 질서가 아니라 국제 규정에 기반한 질서가 유지되도록 애쓰는데 힘을 보태겠다”고 밝혀 미국발 보호 무역주의에 적극 대응할 뜻임을 시사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