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전문매체 후시우(虎嗅)가 현대자동차그룹의 11억 달러 규모 중국 투자 결정을 심층 분석해 눈길을 끈다. 현지 전문가들은 이번 투자가 단순한 시장 회복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신에너지차 전환의 전략적 포석이라고 평가했다.
BAIC그룹은 최근 현대차와의 합작법인 베이징현대에 대한 이번 투자를 "올해 베이징 최대 규모의 순수 외국인 투자"라고 강조했다. 양사는 각각 5억4800만 달러씩을 투자하기로 했다.
중국 시장에서 현대차의 실적 변화는 극명하다. 업계에 따르면 2016년 114만대 판매로 7.35%의 점유율을 기록했으나, 최근에는 1% 내외 수준으로 하락했다. 2023년에는 약 1.4%(24만9천대 판매)를 기록했으며, 2024년 들어서는 판매량이 더욱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수출 실적은 다른 양상을 보인다. 베이징현대의 수출은 전년 대비 4배 증가해 생산량의 3분의 1을 차지했으며, 위에다기아는 중국 내 합작사 중 수출 1위를 기록 중이다. 이런 실적 변화는 중국 시장을 내수 중심에서 글로벌 수출 거점으로 전환하는 현대차의 전략 변화를 보여준다.
이런 전략 전환의 배경에는 중국 시장의 폭발적 성장이 있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는 "2024년 중국 자동차 시장이 3100만대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미국과 유럽 시장을 합친 것보다 큰 규모다. 특히 신에너지차 시장은 1300만대 수준으로 예상된다고 협회는 밝혔다. 현대차는 이 거대한 중국의 시장을 활용해 내수와 수출을 아우르는 새로운 성장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고 업계는 분석한다.
후시우는 현대차의 투자 결정에 지정학적 고려가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한국의 자동차 수출이 미국에 50% 이상 집중된 상황에서, 최근 미얀마 사태로 인한 말라카 해협 통과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다. 말라카 해협은 한국의 대미 수출 물동량 80% 이상이 통과하는 핵심 루트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생산기지는 육로를 통한 유럽 수출과 중국 항만을 이용한 대체 수출 루트 확보가 가능해 전략적 가치가 더욱 높아졌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중국 자동차산업연구원 왕쥔 연구원은 "현대차가 중국의 성숙한 전기차 생태계를 활용해 글로벌 전략을 재편하려는 것"이라며 "특히 배터리와 부품 공급망 측면에서 중국 거점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성공을 위한 과제도 남아있다. 중국자동차딜러협회는 "BYD 등 로컬 브랜드의 성장과 테슬라의 공세 속에서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에서 경쟁력 확보가 시급하다는 평가다.
결론적으로 중국 전문가들은 현대차의 이번 결정이 글로벌 자동차 산업 재편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중국 시장 회복을 넘어 미래 자동차 산업의 핵심 거점을 확보하는 전략적 선택으로 평가된다. 양국 자동차 산업의 새로운 협력 모델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