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보안성을 자랑하는 메신저로 유명한 텔레그램의 파벨 두로프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가 프랑스에서 전격 체포되면서 전세계적으로 큰 파장이 일고 있다.
프랑스 경찰이 그를 체포한 구체적인 이유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으나 벌써부터 지구촌 곳곳에서 반발하는 목소리가 거세게 나오고 있다.
텔레그램과 이해 관계가 깊은 것으로 알려진 러시아까지 이 문제에 개입하고 나서면서 국제 현안으로도 비화될 조짐이다.
◇ 머스크 X 총수, CIA 사찰 폭로 스노든 등 “표현의 자유 침해한 처사” 석방 촉구
가장 먼저 이 문제에 목소리를 높이고 나선 인물은 글로벌 소셜미디어 X를 소유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다.
표현의 자유의 중요성을 어느 누구보다 강조해온 머스크는 두로프가 지난 24일(이하 현지시각) 프랑스에서 전격 체포된 뒤 잇따라 X에 올린 글에서 “두로프를 체포한 것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처사”라고 비난하며 즉각적인 석방을 촉구했다.
그는 “특히 검열이 지배하는 나라들에서 X 같은 소셜미디어에 표현의 자유를 지지하는 게시물을 올리는 것이 매우 필요하다”며 자신의 팔로워들을 대상으로 두로프 석방 운동에 참여해줄 것을 호소하기도 했다.
머스크뿐 아니라 미국 중앙정보국(CIA)에서 일한 적이 있는 컴퓨터 전문가로 CIA의 광범위한 정보 수집과 사찰 실태를 폭로해 세계적인 내부고발자로 유명해진 에드워드 스노든도 25일 X에 올린 글에서 “두로프에 대한 체포는 표현의 자유라는 기본적인 인권을 억압하는 행위”라면서 “이는 프랑스뿐 아니라 전세계의 인권 수준을 떨어뜨리는 처사”라며 프랑스 정부를 비난했다.
러시아계 캐나다인으로 암호화폐 시가총액 2위의 이더리움을 개발한 비탈릭 부테린 역시 X를 통해 “텔레그램이 암호화 기술을 제대로 적용하지 않은 것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이었으나 두로프가 체포되는 것을 보면서 유로존의 표현의 자유에 대해 깊이 우려한다”고 비난했다.
◇ 두로프, 텔레그램 통한 각종 범죄행위 방조한 혐의 받는 듯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프랑스 경찰은 텔레그램이 마약 거래, 아동 성착취물 유통을 비롯한 각종 범죄행위에 악용된 것을 넘어 텔레그램 측이 이를 방조한 혐의가 있다고 판단하고 두로프를 체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텔레그램 측이 프랑스 사법당국의 수사에 협조하지 않아온 점도 두로프에 대한 체포로 이어졌다는 관측이다.
그러나 텔레그램 측은 두로프가 체포된 사실이 알려진 직후 낸 입장문에서 “두로프 CEO는 아무 것도 숨길 일이 없으며 평소 유럽 지역에 자주 출장을 간다”면서 “텔레그램의 책임자를 텔레그램이란 플랫폼이 악용됐다는 일 때문에 체포한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WSJ에 따르면 당사자인 텔레그램뿐 아니라 러시아 정부도 이번 사건을 심각한 사안으로 보고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WSJ는 “특히 러시아 정부가 유로존에서 활동하는 스파이를 충원하는데 텔레그램이 중요한 수단으로 활용돼온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실제로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은 25일 러시아 언론과 인터뷰에서 “프랑스 정부가 두로프를 체포한 것을 계기로 인권이 침해되고 표현의 자유가 저해되는 문제에 대해 국제사회가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우리 정부도 파리 주재 러시아 대사관을 통해 두로프에 대한 접견을 허용해줄 것을 프랑스 외교부에 요구한 상태”라고 밝혔다.
◇ NYT “온라인상 표현의 자유 탄압 논란”
뉴욕타임스(NYT)도 두로프를 프랑스 정부가 체포한 것을 계기로 온라인상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문제가 국제 이슈로 부상했다고 전했다.
NYT는 “텔레그램은 국제 테러조직, 마약 유통상, 무기 거래상, 극우 정치세력 등이 불법한 활동을 은밀히 펼치는 플랫폼으로 진작부터 악용돼오면서 전세계 주요국들이 예의주시해왔다”면서 “특히 이번 사건은 유럽연합(EU)이 그동안 예고했던 ‘디지털서비스법(DSA)’을 마침내 시행하기 시작하면서 터진 것이어서 향후 큰 논란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DSA는 지난 2001년까지 유로존에서 시행됐던 전자상거래 지침을 확대 개정한 것으로 오프라인에서 불법은 온라인에서도 불법이라는 대원칙에 근거해 안전하게 표현의 자유와 전자상거래의 기회를 펼칠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해 건전한 온라인 환경을 조성하는 데 목적을 둔 법이다.
페이스북과 트위터의 후신인 X를 비롯해 이용자가 4500만명을 넘는 대형 글로벌 플랫폼에 대해 엄격한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관련 플랫폼 업체들이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