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현 사장이 이끄는 SK에코플랜트(옛 SK건설)가 글로벌 친환경기업을 기치로 신사업 확장에 속도를 올리며 제2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기존 주력사업인 건축‧토목 사업에서 탈피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가운데 친환경을 미래 먹거리로 낙점하고 지속가능 성장을 이뤄내겠다는 각오이다.
SK에코플랜트의 ‘에코(eco) 체질 개선’ 중심에는 지난 2018년부터 경영 지휘봉을 맡아 진두지휘하고 있는 안재현(55) 사장이 자리잡고 있다.
건설업계 ‘해외통’으로 꼽히는 안 사장은 연세대 응용통계학과, 미국 펜실베니아 대학교 경영대학원을 나와 초기에 대우와 대우증권 등에서 몸을 담았다가 SK그룹으로 새 둥지를 틀었다.
SKD&D 대표이사와 SK건설 글로벌마케팅부문장, SK가스 경영지원부문장 등을 거쳐 SK건설 해외사업 총괄의 글로벌비즈 부사장을 지낸 안 사장은 2018년 1월 SK건설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올랐다.
그러나, 사장 취임 첫해에 터진 라오스댐 붕괴 사고로 안 사장은 최대 위기를 맞았다. 라오스댐 붕괴 사고는 당시 안 사장과 SK건설에 악재로 작용해 실적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2018년 SK건설 영업이익은 867억 원으로 직전 2017년(2023억 원)보다 크게 줄었다.
그 여파로 주력인 해외플랜트사업이 주춤해졌고, 국내 건설사 시공능력평가 순위도 10위권 밖으로 밀려나는 아픔을 겪었다. 이후에도 SK건설의 실적은 쉽게 회복되지 않아 안재현 사장의 연임 가능성이 불투명해졌고, 시장의 전망도 엇갈렸다.
그러나, 안 사장은 다년간 수행한 해외영업 경력을 살려 해외시장 개척에 적극 공을 들였다. 그 결과로 취임 2년째인 2019년 SK건설은 영업이익 4338억 원을 달성하며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실적 개선 공로를 인정받은 안 사장은 지난해 3월 연임을 확정지었다. 연임을 계기로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빅 피처(큰 그림)인 ‘딥 체인지(Deep Change, 근원적 변화)’에 보조를 맞춰 SK건설의 미래먹거리를 ‘친환경’과 ‘에너지’로 낙점하고, 기업체질 변화에 나섰다.
지난해 초반 친환경사업 부문 신설, 에너지기술 부문의 신에너지사업 부문으로 전환 등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특히, 신설된 친환경사업은 안 사장이 직접 사업부문장을 맡아 총괄하고 있다.
이어 지난해 사모펀드 어펄마캐피탈과 1조 원을 들여 ‘환경시설관리(옛 EMC홀딩스)’를 사들이며 친환경사업 진출을 공식화했다. EMC홀딩스는 국내 970개의 수처리시설과 폐기물 소각장 4개, 매립장 1개를 운영하며 하·폐수처리부터 폐기물 소각·매립까지 환경 전 분야의 사업능력을 갖춘 국내 최대 환경 플랫폼기업이다. EMC홀딩스의 사업을 기반으로 기존 플랜트·인프라 현장과 접목한 신사업을 서두르고 있다.
이같은 준비 작업을 거쳐 마침내 창사 23년 만인 지난달 사명을 SK건설에서 SK에코플랜트로 ‘딥 체인지’의 기치를 대내외에 알렸다. 사명에 ‘건설’을 떼고 환경을 의미하는 ‘에코’를 넣은 만큼 건설사의 정체성을 벗고 친환경·폐기물처리 기업으로 변신하겠다는 메시지였다.
안재현 사장은 오는 2023년까지 총 3조 원을 투자해 친환경·신사업 개발과 기술혁신기업과 인수합병(M&A)를 추진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아시아 대표 환경기업’으로 도약한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안 사장은 “새로운 사명과 함께 앞으로 지구를 위한 친환경 아이디어와 혁신기술들을 진정성 있게 심어나갈 계획”이라며, “친환경·신에너지 사업 전개로 순환경제를 실현하고 국내사업을 기반으로 아시아 거점국가에 밸류체인(생산·서비스 가치창출 연결망)을 구축, 아시아 전역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겠다”고 강조했다.
SK에코플랜트의 목표는 실행으로 옮겨지고 있다. 이달 3일 약 4000여억 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해 충청권의 폐기물 소각처리업체 4개를 인수했다.
이번 인수로 SK에코플랜트는 하루 876t의 폐기물 소각용량을 보유한 국내 1위 사업자로 자리매김했다.
폐기물업체 인수로 환경사업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는 중요한 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한 안 사장은 “국내를 넘어 아시아 대표 환경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환경사업에 지속 투자를 검토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SK에코플랜트는 딥 체인지 성장을 가속화하고 주주 가치를 높이기 위해 오는 2023년까지 기업가치 10조원을 목표로 기업공개(IPO)도 준비하고 있다.
올해 초 신년사에서 “ESG를 선도하는 친환경기업으로 리포지셔닝(Re-positioning·재설정)하겠다”고 밝힌 안 사장의 ‘친환경 확장’ 전략이 SK에코플랜트의 시장상장에 청신호로 작용할 수 있을 지 벌써부터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김하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