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주택 임대 시장이 인구 통계 구조 변화에 따라 재편되면서 외국인들이 선호하는 지역의 임대료가 급락한 반면, 중국 본토 이민자들이 선호하는 지역의 임대료는 사상 최고치 근방으로 치솟았다.
25일(현지시각)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팬데믹 이후 외국인 거주자들이 대거 홍콩을 떠나면서 외국인 선호 지역의 주택 임대료는 올해 들어 10월까지 12% 급락했다.
이와 상반되게 2022년 말부터 시행한 홍콩의 인재 유치 프로그램을 통해 중국 본토 출신 인구가 지금까지 16만 명이 유입되면서 홍콩 부동산 시장의 대중국 의존도가 급격히 상승했다.
부동산 중개업체 미들랜드 리얼티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홍콩의 주택 임대료는 평균 5.7% 상승해 2019년 고점 대비 1.2% 낮은 수준까지 회복했다.
다만 이는 주로 중국 본토에서 유입된 인구가 선호하는 주거지의 임대료 상승에 따른 것으로 코로나19 이후 홍콩을 떠난 외국인들의 숫자는 아직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임대 플랫폼 Spacious.hk의 제임스 피셔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사람들이 홍콩으로 돌아오고 있지만, 2019년 이전과 같은 인구 통계는 아니다”라며 “고급 주택 시장의 가격 상승을 뒷받침할 수 있는 새로운 거주자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몇 년 동안 금융 및 법률 분야의 외국인 주재원 유입 역시 줄었다고 덧붙였다.
Spacious.hk에 따르면 주로 중국 본토에서 유입된 사람들이 선호하는 주거지인 통총의 임대료가 올해 들어 16.4% 급등한 것을 비롯해 노스포인트, 서구룡, 올림픽 지역 등의 임대료가 10% 넘게 상승했다.
반면, 외국인들이 선호하는 주거지인 피크(-10.6%), 소손 힐 및 스탠리 지역의 임대료는 큰 폭으로 떨어졌다.
홍콩의 주택 가격도 좀처럼 약세 기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 중개업체 센터라인 프로퍼티에 따르면 11월17일까지 한 주 동안 홍콩의 주택 가격은 전주 대비 0.71% 하락했다.
특히 전통적으로 최고 주거지역으로 인정받던 피크 지역의 주택 공실률이 급증하는 점이 눈길을 끈다.
부동산 중개업체 해비타트의 앨런 리 중개인은 식민지 시대부터 부의 상징이었던 홍콩의 유명한 스카이라인이 내려다보이는 피크 지역에 임대용 주택이 점점 더 늘고 있다고 말했다.
리는 “피크는 전통적으로 매우 좋은 위치”라면서 “헤지펀드 매니저나 투자은행의 최고경영자(CEO) 또는 고위직이 거주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리카싱을 포함한 홍콩에서 가장 부유한 재벌들이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소손 힐의 임대료도 12.2%나 하락했다.
소손 힐 지역의 평균 월 주택 임대료는 9만 홍콩 달러(1만1600달러·약 1600만 원)에서 9만5000 홍콩 달러(약 1700만 원) 사이이며 피크 지역의 임대료는 소손 힐의 거의 두 배에 달한다.
홍콩섬 남쪽의 모래 해변과 고급 주택이 즐비한 주거지로 부유한 외국인들이 즐겨 찾는 지역인 스탠리도 올해 임대료가 9.2% 하락했다.
반면 중국으로 가는 고속 열차 역이 위치한 서구룡 지역에서는 신규 주택 임대차 계약의 약 70%를 중국 본토 전문직 종사자들이 차지하면서 임대료가 대폭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