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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산업 기상도] 트럼프 2기 행정부 불확실성에 '긴장'

비우호적 경영환경 속 난국 돌파 전략 절실
불투명한 회복 가능성 보릿고개 전략 마련
새로운 변화 시작…미래기술력 경쟁 시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이 18일 앞으로 다가왔다. 그의 재등장에 글로벌 경제가 변곡기를 맞는다. 극단적인 자국 중심주의 경제정책에 '동맹도 비즈니스'라는 특유의 대외정책이 맞물릴 경우 글로벌 공급망 교란과 불확실성은 더욱 증폭되기 때문이다.

국내 상황 역시 만만치 않다. 1년 전망은 커녕, 한주 앞도 예측이 어렵다. 긴급계엄에 따른 탄핵 정국으로 정부의 외교기능이 마비됐다. 뜻하지 않는 조기 대통령선거도 부담이다.

국내외 상황이 암울하다고 기업들과 경영인들은 손을 놓을 수 만은 없다. 한국 경제를 이끌어가는 이들은 다시 한번 위기 극복을 한목소리로 외치고 있다. 본지는 새해 한국 경제의 주력인 자동차, 반도체, 배터리, 조선 등 부문별 전망을 통해 한국 경제 위기 극복 방안을 모색해봤다.

계속되는 AI수요…K반도체 발목잡는 美·中 불안 요소


2024년이 인공지능(AI) 산업에 반도체업계가 본격적인 영향을 받기 시작한 해라면 2025년은 AI관련 제품이 주력분야로 자리잡기 시작하는 해라고 할 수 있다. 메모리분야에서 AI에 필수적인 고대역폭메모리(HBM) 비중이 확대되고 낸드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부문 모두 AI연관 제품 매출이 늘 것으로 보인다.

올해 전세계 반도체 시장은 15%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됐다. 시장조사업체 IDC가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AI와 HPC의 대한 수요가 견조하고 클라우드와 데이터센터 등의 주요 산업에서 수요가 상당하다는 분석이다.

메모리분야에서 주력 상품으로 자리잡은 HBM의 인기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D램 분야는 CXMT등 중국 기업들의 성장으로 물량 공급이 빠르게 늘면서 가격하락과 마진 하락이 불가피하다.

낸드 부문도 마찬가지다. 데이터센터의 확대로 낸드플래시 저장장치의 수요는 지속되고 있지만 중국기업들의 성장으로 경쟁이 만만치 않은 모습이다. 파운드리 부문에선 2nm(나노미터, 10억분의 1m) 선단공정에서 글로벌 시장 1위를 달리고 있는 대만의 TSMC로 제품 주문이 몰리고 있다. 결국 미국 빅테크 기업 수주를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올해 사업의 핵심 과제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새로운 관세정책은 불안요소로 지목된다. 후보시절부터 관세 강화정책을 역설해온 만큼 반도체 분야에도 이를 적용할 경우 시장이 요동칠 수 있다.

배터리, 캐즘에 트럼프 행정부 출범까지 '비우호적' 환경 지속

올해 배터리 산업 전망은 밝지 않다. 지난해 시작된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이 계속되고 있고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있어서다. 보조금으로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수익성 개선을 도와줬던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폐지 또는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올해 항공업계는 국내 항공 수요 불황과 글로벌 합종연횡에 분주히 대비하고 있다. 사진=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올해 항공업계는 국내 항공 수요 불황과 글로벌 합종연횡에 분주히 대비하고 있다. 사진=글로벌이코노믹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셀 제조업체는 물론 LG화학, 포스코퓨처엠, 에코프로 등 소재 업체들도 북미에 공장을 짓는 등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캐즘으로 인해 공장 건설을 연기하거나 다 짓고도 가동을 미루고 있다.

또 다른 주력 시장인 유럽 상황도 녹록치 않다. EU는 다음 달 예정된 자동차 업계 간담회 이후 CO2 초과 배출 회사의 벌금을 완화해 주는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석유화학 업황 악화에 회복도 불투명…올해도 '보릿고개'


석유화학 산업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어려울 전망이다.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 부진, 중국 석유화학 업체들의 자급률 확대로 인한 공급 과잉 상태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회복 시점이 불투명한 것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중국에 이어 중동 국가들의 화학 산업 진출에 따른 공급 과잉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또 석유화학 업체들이 신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이차전지 산업 상황이 어렵다는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이에 올해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등 주요 석유화학 업체들의 실적 개선은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범용 제품 생산이 주를 이루는 나프타분해설비(NCC)를 보유한 업체들의 극심한 부진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업체 간 사업 구조 개편 등이 전망된다.

삼일회계법인은 '2025년 산업 전망'에서 석유화학 산업에 대해 "중국 공급 과잉과 중동의 정유·석유화학 통합 공장(COTC)의 본격 가동 등으로 우리나라 석유화학 산업은 기존 경기와 수급 구조에 의한 '업앤다운 사이클'이 아닌 구조적 하락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K조선, 호황에도 中 추격 경계…한미 협력 ‘새 기회’


한국 조선업계가 새해 미국 시장에 모든 기대를 걸고 있다. 미국 차기 행정부가 한국 조선업계와 협력하려는 대형 호재가 눈앞에 있기 때문이다.

한화그룹이 20일 인수를 완료한 미국 필라델피아의 필리 조선소. 사진=한화이미지 확대보기
한화그룹이 20일 인수를 완료한 미국 필라델피아의 필리 조선소. 사진=한화


중국의 추격 속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직접 말한 ‘한미 조선업 협력’은 국내 조선업계에 큰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이 미 해군의 러브콜을 계속 받아온 데 이어 올해부터 상선 등 민간 선박 시장에서도 환영받을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당선인이 대중 견제 기조를 대놓고 드러내는 만큼 한국 조선업계가 반사이익을 누릴 것이라는 기대도 커진다.

이은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은 미국 조선업 재건의 좋은 파트너”라며 “현재 불확실한 정치상황을 극복하고 한국이 미국의 우방국으로서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협력이 현실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 올해 발주량 감소세 속에서 중국의 독식이 현실화 되기 때문이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신조선 발주량과 발주액은 4200만CGT(표준선환산톤수)로 전년 대비 28.8% 줄어들 전망이다.

한국 조선사들의 걱정은 중국이다. 영국 해운 연구기관 클락슨리서치가 집계한 지난해 1~11월 중국의 신조선 수주량은 전체의 69%인 4177만CGT로 한국의 4배가량이다. 한국은 대형 LNG선과 암모니아 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중심으로 수주 실적을 냈지만, 중국의 일감 ‘싹쓸이’로 시장 우위를 위협받고 있다.

악재 연속 하늘길 표정 불황 속 '대체로 흐림'


지난해 숨돌릴 틈 없는 한 해를 보낸 항공업계는 새해 국내 항공 수요 불황과 글로벌 합종연횡에 분주히 대비하고 있다. 국내 정치 불안이 진화되지 않은 가운데 오는 20일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이라는 변수가 맞물리면서 대내외 불확실성이 확대됐다.

지난해 12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이 4년여 만에 최종 성사됐다. 다만, 글로벌 10위권 '메가캐리어(초대형 항공사)'로 거듭난 대한항공은 시스템 통합과 노선 스케줄 조정 등의 시너지 전략과 마일리지 통합방안 마련 등 올해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더미다.

이휘영 인하공전 항공경영학과 교수는 전화 인터뷰에서 "국내 유일 메가캐리어는 탄생했지만 올해 항공업계 전반 노선 정리가 이뤄지면 공급이 이전보다 줄어든다"며 "구조적 개편 흐름이 본격화되는 2025년부터는 대형항공사와 LCC 모두 공급이 감소하고 수요가 상대적으로 증가하는 현상이 뚜렷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항공 여객기 대형 참사는 개별 항공사의 문제를 넘어 국내 항공·여행업계에 큰 타격을 입히고 있다. 이윤철 한국항공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LCC는 대한항공 통합으로 기회의 창이 열리는 한편 급격한 산업 재편이 이뤄지는 시기가 될 것"이라며 "제주항공 사고 여파로 국내 수요는 초기에는 위축될 수 있으나 글로벌 흐름에 맞춰 증대된다"고 전망했다.

내수 부진에 中 물량공세 '이중고'…철강사 '버티기' 돌입


철강업계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중국발 물량 공세와 국내 수요 감소로 실적 부진을 겪을 전망이다. 철강사들은 공장 가동 중단과 현금 확보로 재무 건전성을 방어하는 '버티기' 작전에 돌입했다.

국가산단으로 지정된 경기도 용인시 반도체 클러스터 용지 전경.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국가산단으로 지정된 경기도 용인시 반도체 클러스터 용지 전경. 사진=연합뉴스


중국의 물량 밀어내기는 올해도 여전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부동산 개발 위축과 제조업 생산설비 투자 감소로 철강 제품 재고가 쌓였다. 재고를 털려고 저가 경쟁력을 무기 삼아 철강재 수출을 늘린 결과 한국산 제품이 잘 안 팔리는 것이다.

내수 시장에서는 전방 산업 부진으로 수요 위축이 지속되고 있다. 철강사들의 주요 고객인 건설사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여파에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착공에 못 나서고 있다.

최근 원화 가치가 급락한 점도 철강사들의 원가율 부담을 키웠다. 원화 환율이 9월 말 달러당 1307.8원에서 고점을 찍은 뒤 지난해 마지막 외환시장에서 1742.30원으로 떨어졌다.

생산설비 감축과 원가 절감 같은 대책으로 버티기를 이을 전망이다. 포스코는 그룹 차원에서 사업 매각으로 투자 ‘시드 머니’를 확보하고, 리튬 사업 등 사업 다각화에 집중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재무통’ 서강현 대표이사를 중심으로 원가율과 재무구조 개선에 사활을 걸었다. 두 철강사는 한국과 중국의 일부 생산시설을 매각하거나 폐쇄를 추진하고 있다.

신차 사이클과…SDV전환 가속화


올해 국내 자동차 산업은 새로운 모빌리티로 나아가는 데 중요한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기존 하드웨어 중심 자동차에서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로의 전환이 이뤄지고, 목적기반차량(PBV) 시장도 본격적으로 열릴 전망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올해 내에 모든 차종에 SDV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계획이 현실화 되면 현대차를 이용하는 모든 고객은 차량 구매 후 서비스센터를 방문하지 않고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를 통해 성능과 기능을 지속적으로 개선할 수 있게 된다.

본격적인 PBV시대의 개막도 올해가 원년이 될 전망이다. 기아가 보급형 PBV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시장 확대에 나서며 기업간의 경쟁이 예상된다.

캐즘에 빠진 전기차 시장도 완성차 업계의 신차 사이클이 돌아오고 신규 브랜드의 론칭 등으로 활력을 찾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에서 플래그십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아이오닉9과 아이오닉6의 연식변경 모델과 N모델도 등장이 예고 됐다. 플래그십 모델 이외에는 중국의 BYD가 새롭게 진출하며 대중의 전기차 관심도가 상승할 여건도 마련됐다. 특히 내연기관 신차에서는 신규 파워트레인이 등장이 예고되고 있어 올해 자동차 시장 역시 많은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김태우·김정희·장용석·정승현·나연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ost427@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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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우·김정희·장용석·정승현·나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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