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언과 탄핵 사태를 계기로 그가 보수 유튜브의 세계에 빠졌다는 진단이 나왔다. 국내 언론뿐 아니라 로이터 통신 등 주요 외신은 윤 대통령이 부정선거 음모론에 빠진 이유로 보수 유튜브 방송 심취 가능성을 제기했다.
내년 1월 취임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미디어 마니아’다. 뉴욕의 부동산 개발업자인 그가 NBC방송 리얼리티 쇼 프로그램 ‘어프렌티스’에 출연해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트럼프 당선인은 집권 1기 당시에도 집무실에 24시간 케이블 뉴스 방송인 폭스뉴스를 항상 틀어놓고 있었다.
한국과 미국 대통령의 미디어 소비 행태는 각료를 비롯한 고위직 인사에 그대로 투영된다. 윤 대통령은 태극기 집회에 단골로 등장하며 유튜버로 활동한 김문수 전 경기지사를 경제사회노동위원장과 고용노동부 장관에 기용했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도 유튜브 채널에서 대북 강경 발언을 쏟아냈었다. 용산 대통령실에도 보수 성향의 유튜버들이 포진한 사실이 드러났다.
트럼프 당선인이 집권 2기 각료 등 고위직 인선을 하면서 보수 성향 매체인 폭스뉴스 진행자나 고정 출연자를 대거 발탁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 후보자, 숀 더피 교통부 장관 후보자, 마이크 허커비 주이스라엘 대사 내정자, 털시 개버드 국가정보국장(DNI) 내정자 등이 그 대표적인 인물이다.
폭스뉴스 앵커 출신으로 현재 유료 스트리밍 서비스 ‘터커 칼슨 네트워크(TCN)’를 운영하는 터커 칼슨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함께 트럼프 당선인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톱2 인플루언서로 꼽힌다. 미 정치 전문지 폴리티코는 J. D. 밴스 상원의원을 러닝메이트로 지명하는 데 칼슨의 입김이 작용했다고 보도했다.
윤 대통령은 신문이나 방송 등 레거시 미디어를 멀리하고, 보수 유튜브를 즐겨 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는 윤 대통령과 다르다. 트럼프는 자기에게 비판적인 뉴욕타임스(NYT)를 챙겨 읽는다. 폭스뉴스뿐 아니라 진보 색깔이 가장 강한 케이블 채널 MSNBC의 아침 시사 프로그램 ‘모닝 조’를 시청한다. 트럼프는 지난달 '모닝 조' 진행자 조 스카버러와 미카 브레진스키를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로 초대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팟캐스트를 듣거나 직접 출연하고, 자기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과 엑스 등을 통해 활발하게 일반 미국인들과 소통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당선인의 미디어 소비 행태를 잘 아는 사람들이 그에게 영향을 미치려고 팟캐스트에 출연하거나 소셜미디어에 글 올리기 경쟁을 계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11·5 대선 이후 처음으로 참석해 연설한 대규모 집회는 22일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열린 ‘아메리카 페스트 2024’다. 이 행사 주최자는 올해 31세의 찰리 커크다. 커크는 2012년 대학을 중퇴하고, 대학생들에게 보수주의를 전파하기 위해 터닝포인트 USA를 설립했다. WSJ에 따르면 커크가 진행하는 라디오 쇼는 180개 라디오 방송국을 통해 전파를 탄다. 틱톡·엑스 등에서 커크의 게시물을 구독하는 사람은 2000만 명 이상이다.
한국과 미국의 대통령에게는 최고급 정보가 쏟아져 들어온다. 그렇지만 대통령은 늘 민심의 동향에 민감할 수밖에 없어 레거시 미디어와 유튜브를 비롯한 대체 또는 뉴 미디어를 소비한다. 그런 미디어 소비 행태에 따라 주요 정책의 최종 결정권자인 대통령의 판단이 달라지게 마련이다.
비상계엄과 탄핵 사태로 한·미 관계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극우 유튜브 중독자는 아니라는 사실이 그나마 작은 위안을 준다. “문제는 대통령의 미디어 소비 행태야, 바보야!”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