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성년자가 아이패드 계정 등록을 하기 위해서는 보호자의 성인 인증을 해야 했다. 성인 인증 방법은 4가지. △신용 또는 체크카드 △카카오페이 △휴대폰 △PAYCO(왜 페이코만 영어로 쓰여 있는지 모르겠다) 중 한 가지로 신원을 인증해야 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신용카드 정보를 등록해도 도무지 인증이 안 된 것이다. 어떤 오류인지 설명도 없이 오류가 발생했다는 메시지만 무한 반복됐다. 신용카드 번호 16자리 입력, 애플 ID와 비밀번호 입력, 카드 유효기간과 CVC 코드를 수십 번은 입력했다. 비자카드가 안 돼서 다른 비자카드도 사용해봤고, 그래도 안 돼서 마스터카드, 체크카드, 해외 발행 카드도 다 시도해봤다. 하지만 여전히 오류가 발생했다는 메시지만 나타났다.
그래서 퇴근길에 있는 잠실 애플스토어를 방문했다. 뭐가 문제인지, 혹 패드가 문제인가 싶어 2대 패드를 모두 가지고 방문했다. 친절한 직원이 뭘 도와줄까 물었고, 기자는 "딸이 아이패드에 로그인할 수 있게 해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 친절한 직원도, 시간이 다소 소요되자 추가로 등장한 직원도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우선, 신원 인증은 아직 신용카드를 쓸 수 없다는 황당한 답변을 들었다. 그렇다면 '신용 또는 체크카드' 항목을 비우거나 표시를 해야 하지 않았을까?
직원이 제시한 두 번째 방법은 카카오페이를 통해 인증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아이패드에 카카오페이를 설치했고 로그인을 마쳤으나 아이패드에서는 인증이 불가능했다. 애초에 스마트폰 내 카카오페이를 염두에 둔 듯했다. 아이패드에서 카카오페이를 설치하고 인증이 안 되자 당황한 직원이 "아이폰 안 쓰세요?"라고 물었다.
아니, 애플 아이패드는 갤럭시 사용자에게는 이렇게 난도가 높아야 하나?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한 기자에게 직원은 페이코를 설치해 보라고 권했다. 하지만 카카오페이와 같은 방식이라면 페이코도 안 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직원은 "그럼 휴대폰으로 인증하면 안 될까요?"라고 했지만 안타깝게도 휴대폰 인증은 이통3사만 지원했다. 알뜰폰 무제한 요금제를 사용하고 있는 기자에게까지 애플은 성인 인증의 은총을 내려주지 않았다.
모든 방법이 다 막히자 직원이 내놓은 대안은 "고객센터에 전화해 보라"는 것이었다. 약간 어이가 없었지만 직원의 응대 자체는 친절했다. 결국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었고, 상담사가 원격제어 동의를 요구한 뒤 앞서 실패한 방법을 재차 검증했다. 그러자 상담사가 내놓은 해법은 "애플스토어 직원에게 얘기해 아이폰을 빌린 뒤 아이폰에 로그인하고, 앱스토어에서 카카오페이 앱을 설치한 후 카카오페이에 로그인해 인증해보라"는 것이었다.
이 기막힌 방법대로 해 결국 기자의 성인 인증을 마칠 수 있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딸과 아이패드 가족 공유로 묶일 수 있었다. 애플은 갤럭시와 알뜰폰 사용자에게는 정말 자비 없었다. 부디 이런 불편함이 개선되길 바란다.
이상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angho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