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CEO들 "소비자 구매력 한계 도달"… 고물가·지정학 리스크가 덮친 소비 절벽
하반기 경제 성장 동력 약화 불가피… 안전 자산으로 쏠리는 투자 심리
하반기 경제 성장 동력 약화 불가피… 안전 자산으로 쏠리는 투자 심리
이미지 확대보기중동발 지정학적 위기와 고물가 여파로 글로벌 소비 시장에 짙은 먹구름이 끼었다. 미국 경제를 지탱해 온 소비자들이 실질 소득 감소와 고금리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소비 절벽에 직면했다는 경고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야후 파이낸스(Yahoo Finance)의 5일(현지시각) 보도에 따르면, 맥도날드와 크래프트 하인즈 등 주요 소비재 기업 경영진은 소비자의 구매력 저하를 심각한 위협으로 지목하며 일제히 경고했다.
장바구니 물가 33% 폭등… "저소득층, 저축까지 헐었다"
스티브 카힐레인 크래프트 하인즈 최고경영자(CEO)는 인터뷰를 통해 "소비자들이 월말이 되면 사실상 돈이 바닥나는 상황에 부닥쳤다"며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가계 저축까지 동원하며 생계를 유지하는 등 현금 흐름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미국 노동통계국(BLS) 자료를 보면 2020년 초 이후 식료품 가격은 33.3%, 주거 비용은 32.5% 치솟았다. 에너지 가격은 무려 48% 급등하며 서민 경제를 강타했다.
이에 대해 월가 관계자들은 "팬데믹 이후 누적된 인플레이션이 임금 상승분을 완전히 잠식했다"며 "단순한 물가 상승을 넘어 가계 재무 건전성 자체가 훼손된 상태"라고 지적했다.
기업 현장의 체감 온도도 차갑다. 크리스 켐프친스키 맥도날드 CEO는 소비자들의 '고조된 불안감'을 언급하며, 에너지 가격 상승이 저소득 가구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고 경고했다.
피트니스 업체 플래닛 피트니스는 소비자 심리 위축을 이유로 올해 수익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마크 비처 월풀 CEO 역시 이란 전쟁으로 촉발된 생활비 부담 증가가 가전제품 등 내구재 소비 급감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이란 전쟁'이 불러온 쇼크… 소비 위축 현실화
이번 소비 침체는 단순한 경기 순환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특히 최근 이란을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유가 불안이 가중되고, 이것이 소비자의 심리적 방어 기제를 무너뜨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월풀의 북미 사업부 책임자인 후안 카를로스 푸엔테는 "이란 전쟁 이후 소비자 신뢰 지수가 기록적인 저점을 경신했다"며 "계절적 수요 회복마저 차단되면서 경기 침체 수준의 수요 위축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히 허리띠를 졸라매는 수준을 넘어, 불필요한 지출을 완전히 차단하는 소비 행태가 확산할 조짐임을 시사한다.
자산 방어 전략… '안전 자산'으로 눈 돌리는 시장
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설립자는 "포트폴리오 내 적절한 금 비중을 유지하는 것이 불확실성 시대의 효과적인 분산 투자처"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 1년 동안 금 가격은 30% 이상 상승하며 안전 자산으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부동산 시장 또한 인플레이션 위험 회피 수단으로 주목받는다. 주택 가격과 임대료는 통상 물가 상승분을 반영하며 우상향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의 고금리 환경에서는 직접적인 주택 구매보다는 파편화된 투자나 전문 운용사를 통한 간접 투자 모델이 활발해지는 추세다.
예술품 또한 대체 투자처로서 조명을 받는다. 마스터웍스 등 블루칩 미술품 투자 플랫폼이 활성화되면서 일반 투자자들도 과거 초고액 자산가들의 전유물이었던 미술품 시장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
미술품은 주식시장과 낮은 상관관계를 유지하며 인플레이션기 자산 보존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금융권에서는 소비자의 '돈 가뭄' 현상이 단순한 일시적 불황을 넘어 하반기 미국 경제 전반의 성장 동력을 약화할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지갑이 닫히기 시작했다는 기업 경영진들의 공통된 진단은, 향후 실적 발표와 경제 지표에서 보다 가시적인 경기 하강 국면으로 나타날 것으로 관측된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