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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주식시장 대폭락...주도주 몰락 속 새로운 종목 부상

최근 3주간 S&P500지수 9% 이상 하락...나스닥은 13% 급락
2022년 12월 14일 미국 뉴욕시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거래 현장에서 트레이더가 일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022년 12월 14일 미국 뉴욕시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거래 현장에서 트레이더가 일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지난 3주 동안 미국 주식시장에서 발생한 급격한 폭락으로 인공지능(AI) 붐의 주역 엔비디아와 전기차 업체 테슬라 등 월스트리트 대형 기업들의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지난 12일(현지 시각)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시장 하락세 속에서도 방어주와 소위 '무시된 주식'들이 상대적 강세를 보이며 뚜렷한 승자와 패자가 갈리고 있다.
지난 2월 19일 S&P500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이후 가장 큰 하락세를 보인 종목은 최근 몇 년간 밸류에이션이 급등했던 기술주와 고성장 기업들이다. LSEG 자료에 따르면, 젠슨 황이 이끄는 인공지능 주가 붐의 주축인 엔비디아는 약 17% 하락했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승리 이후 급등했던 테슬라는 약 30% 하락하며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피터 틸의 데이터 분석 회사 팔란티어는 미국 정부의 비용 절감으로 횡재를 기대하며 지난달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후 약 25% 하락했다. '매그니피슨트 7' 빅테크 기업 중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가 7% 이상의 손실로 매도세를 가장 잘 견뎌냈다.

"이번 하락을 가장 크게 체감하는 주식은 최근 몇 년 동안 가장 많이 상승한 종목들이다." 씨티그룹의 주식 전략가 드루 페티트(Drew Pettit)는 이같이 말했다. 그는 여전히 "기업 성장을 위한 꽤 좋은 배경"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투자자들은 이제 "매그니피슨트 7 이외의 모든 것을 조금씩 매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경기 민감주 급락, 방어주는 선전


항공사 주식은 수요 감소 우려로 큰 타격을 받았다. LSEG 데이터에 따르면 델타항공, 아메리칸항공, 유나이티드항공은 S&P5002월 고점을 찍은 이후 약 30% 하락했다. 경기 침체 공포에 민감한 은행 섹터도 어려움을 겪어 씨티그룹,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모두 20% 가까이 하락했다.

반면 투자자들은 경기 변동에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는 방어주로 관심을 돌렸다. LSEG 자료에 따르면, S&P500 2월 고점 이후 아메리칸 워터 웍스(American Water Works)와 같은 유틸리티 관련주는 약 9% 상승했고, 머크앤코(Merck & Co)와 같은 헬스케어 관련주는 10% 상승했다.

미국 내 주요 철강업체들도 급락을 피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산 수입품에 대해 5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한 가운데, US Steel과 Nucor 주식은 지난 3월 12일 상승세를 보였으며, 2월 고점 이후에도 시장 평균을 웃도는 성과를 보였다.

◇ '무시된 주식'의 반등

기술주 섹터에서는 매도세가 매그니피슨트 7 종목을 넘어 확산되면서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일부 주식들의 상대적인 반등이 두드러졌다. 주식펀드 운용사 퍼트남 인베스트먼트(Putnam Investments)의 최고투자책임자(CIO) 솁 퍼킨스(Shep Perkins)는 시스코와 IBM이 2월 고점 이후 시장보다 하락폭이 작았던 것을 "무시된 주식 랠리"의 사례로 꼽았다.

퍼킨스 CIO는 "성장주 투자자나 가치 투자자에게 진정으로 어필할 수 있는 스토리가 없는 주식이 빛을 발할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12일 발표한 투자 메모에서 투자자들에게 경제성장, 무역정책 및 인공지능(AI)의 위험에 "둔감한" 주식으로 전환할 것을 촉구했다. 이러한 추세의 수혜주로는 평가기관인 S&P 글로벌과 미국 식료품업체 크로거를 언급했다.

◇ 폭락으로 축소된 미국-유럽 주가 프리미엄


블룸버그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 주가의 급락으로 S&P500지수의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26배 이상에서 21배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유럽 주식의 소폭 하락으로 스톡스 600(Stoxx 600)의 PER은 15배에서 약 14배로 소폭 하락하는 데 그쳤다. 이로써 그동안 미국 주식이 유럽 주식에 대해 누려온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이 크게 축소됐다.

스몰 캡 주식의 경우,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와 규제 완화 기대감으로 선거 이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LSEG 자료에 따르면 최근 국내 경제 둔화 우려로 급격히 하락했다. 러셀2000지수는 선거 이후 +15% 수준에서 -3%로 하락했으며, 같은 기간 S&P500지수는 +18%에서 +9%로 하락했다.

피델리티의 투자 이사 톰 스티븐슨(Tom Stevenson)은 "변동성은 위험과 같지 않다는 것을 기억할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위험은 자본을 영구적으로 잃는 것인데, 이는 침체기에 용기를 잃고 매도할 때만 발생하는 것이지, 항상 시간이 지나면서 일어났던 것, 즉 가격 회복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기술주 중심의 매도세로 S&P500지수는 지난 2월 종가와 3월 12일 종가 사이에 9% 이상 하락했지만, 각 종목에 동일한 가중치를 부여하는 지수 버전은 같은 기간 동안 6%만 하락했다. 이는 빅테크 기업들의 하락이 시장 전체 하락에 큰 영향을 끼쳤음을 보여준다.

한편, 월스트리트에서 진행 중인 이번 조정은 시장 참여자들에게 섹터별 자산 배분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웠다. 최근 기술주 중심의 상승장에서 소외됐던 종목들이 상대적으로 견조한 흐름을 보이며 시장 하락기에 포트폴리오 안정성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향후 미국 경제의 성장 경로와 새 행정부의 정책 실행에 따라 시장 방향이 결정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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