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산업의 판도가 요동치고 있다. 배런스는 오픈AI와 일론 머스크의 법적 분쟁이 의도치 않게 AI 시장의 최대 경쟁자인 구글에 호기로 작용할 수 있다고 3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AI 기술 발전의 방향성을 둘러싼 이번 갈등은 글로벌 AI 산업 지형도에 중대한 변화를 예고한다. 특히 네이버가 초거대 AI 모델 '하이퍼클로바 X'에 2조 원, 카카오가 'KoGPT'에 1조 원 이상의 투자를 단행하는 시점에서, 글로벌 AI 기업들의 이해관계 변화는 한국의 AI 전략 수립에도 결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번 법적 분쟁의 핵심은 AI 개발의 공익성과 수익성 사이의 근본적 충돌이다. 2015년 오픈AI는 구글의 AI 기술 독점을 견제하고 인류 전체의 이익을 위해 AI를 개발한다는 목표로 출발했다. 하지만 AI 모델 개발에 천문학적 비용이 필요해지자 2019년 영리 조직으로 전환했고, 마이크로소프트로부터 110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에 머스크는 오픈AI가 설립 취지를 배신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오픈AI가 투자자들의 경쟁사 투자를 제한하고, 올트먼이 사익을 추구했으며,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 간 이사회 겸직이 불법이라고 주장한다. 최근 오픈AI가 전통적 영리 기업 구조로의 전환을 시사하자 이를 막기 위한 가처분도 신청했다.
법률 전문가들은 이번 소송의 핵심 쟁점으로 세 가지를 지목한다. 첫째, 오픈AI의 기업 구조 변경이 캘리포니아주와 델라웨어주의 규제 당국 승인을 필요로 하는지 여부다. 둘째, 투자자들의 경쟁사 투자 제한이 반독점법 위반인지 여부다. 셋째,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 간 이사회 겸직이 불법적 이해관계를 형성하는지 여부다. 캘리포니아 연방법원은 이번 가처분 신청에 대해 1월 중 심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러한 법적 다툼은 AI 산업 전반에 광범위한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먼저, AI 기업의 투명성과 윤리성에 대한 논쟁이 격화될 것이다. 둘째, AI 개발을 위한 자금 조달 방식과 기업 구조에 대한 새로운 기준이 제시될 수 있다. 셋째, AI 기술의 공익성과 수익성의 균형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할 것이다.
현재 챗GPT는 미국 성인의 29% 사용률로 시장을 주도하고 있으나, 구글의 제미나이도 16%의 점유율을 보이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구글은 딥마인드의 알파폴드와 같은 혁신적 AI 기술과 20년 이상 축적된 검색 데이터를 바탕으로 AI 안전성 연구에서도 우위를 보이고 있다. 이번 소송으로 오픈AI의 자원이 분산되고 발전 속도가 둔화된다면, 구글이 AI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의 AI 산업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네이버는 초거대 AI를 통해 검색 시장에서 구글과 경쟁하고, 카카오는 AI 기반 모빌리티와 금융 서비스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AI 반도체 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하며 하드웨어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려고 노력 중이다.
오픈AI와 머스크의 법적 다툼은 AI 산업의 미래를 좌우할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다. 이는 단순한 기업 간 갈등을 넘어 AI 기술의 발전 방향과 윤리적 기준을 재정립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한국의 AI 기업들과 정책 입안자들은 이러한 변화를 주시하며, 기술 경쟁력 강화와 윤리적 발전을 동시에 추구하는 균형 잡힌 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