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 새해 첫날 거래에서 테슬라 · 리게티· 아이온큐 의 운명이 엇갈리고 있다. 차량인도 실적이 부진한 테슬라 주가는 급락하고 양자컴퓨팅 기대를 모은 리게티는 급등하고 있다. 양자컴퓨팅 또다른 수혜주 아이온큐는 보합세다.
3일 뉴욕증시에 따르면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지난해 연간 차량 인도량이 전년 대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테슬라는보고서에서 2024년 연간 178만9천226대를 인도했다고 밝혔다. 이는 2023년 연간 인도량(180만8천581) 대비 1만9355대 감소한 수치다. 연간 인도량이 감소한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2024년 4분기 차량 인도량은 49만5천570대로, 2023년 4분기(48만4천507대) 대비 1만1천63대 증가했다. 뉴욕증시 시장정보업체 팩트셋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49만8천대)에 밑돌았다.
뉴욕증시에서는 경쟁사들이 유럽에서 시장 점유율을 늘리면서 4분기 테슬라의 유럽 판매량은 크게 줄어들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유럽자동차제조업협회(ACEA)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 말까지 테슬라는 유럽에서 28만3천대를 판매했다. 14% 줄어든 수치다. 작년 11월 유럽 내 등록 건수는 1만8천786건으로 1년 전 3만1천810건보다 크게 감소했다.
테슬라는 중국에서 판매도 압박을 받고 있다. 데이터분석회사 오토포캐스트 설루션 부사장인 샘 피오라니는 "모델 Y가 중국에서 두 번째로 많이 팔리는 모델이지만 판매량이 시장 성장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작년 11월까지 모델 Y의 판매량이 약 5% 늘어난 데 반해 중국 내 전체 전기차 판매량은 8% 증가했다"고 말했다.
전기차 시장 전반의 성장세가 둔화한 속에서도 테슬라 는 '트럼프 특별 수혜주'로 꼽히며 지난해 11월 미 대선 이후에만 60% 상승하는 등 2024년 한 해 63% 상승률을 기록한 바 있다. 그러나 차량 인도량이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새해 첫 거래일인 이날 뉴욕증시에서 비교적 큰 폭의 하락세를 나타냈다. CNBC 방송은 "테슬라는 휴머노이드 로봇과 칩 개발에 투자했으며, 2027년 이전 전용 로보택시를 생산하고 무인 차량 호출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라며 "머스크와 주주들은 테슬라를 단순한 자동차 회사로 보고 싶지 않을 수 있지만, 대부분의 수익은 여전히 차량 판매에서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뉴욕증시는 2025년 첫 거래일을 동반 상승세로 출발했다. 이후 장중 하락세로 반전했다.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지난 한 주간(12월 22일~28일) 신규 실업보험 청구자 수는 계절 조정 기준 21만1천 명으로, 직전주 대비 9천 명 줄었다. 이는 연준 금리인하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일주일 이상 연속적으로 실업보험을 청구한 사람 수(184만4천 명)도 전주 대비 5만2천 명 감소했다. 변동성이 덜한 4주 연속 청구자 수(22만3천250명)도 전주 대비 3천500명 줄며 최근의 감소세를 이어갔다.
라스베이거스의 트럼프 호텔 인근에서 테슬라 사이버트럭이 폭발하며 1명이 숨지고 최소 7명이 부상했으나 머스크는 '테러'를 의심하며 "차량 자체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인공지능(AI) 선두주자' 엔비디아는 투자은행 룹 캐피털의 호평에 힘입어 주가가 2% 가까이 올랐다. 룹 캐피털은 이날 투자노트에서 "엔비디아는 '열반'(Nirvana)의 순간에 있으며 랠리가 지속될 징후를 보이고 있다"고 평했다. 반도체 기업 시냅틱스는 구글과 AI 기기 개발 관련 파트너십을 체결한 소식에 주가가 5% 이상 뛰었다. 대형 기술주 그룹 '매그니피센트7' 가운데 엔비디아·마이크로소프트·알파벳(구글 모기업)·아마존·메타(페이스북 모기업)는 상승세, 애플·테슬라는 하락세로 장을 열었다.
비트코인 가격이 회복세로 전환하며 관련 주가도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비트코인 최다 보유 기업'으로 알려진 소프트웨어업체 마이크로스트래티지 주가는 4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끊고 5% 이상 상승했다. 개인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거래 플랫폼 로빈후드 주가는 6%대, 그리고 미국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 주가는 4%대 상승세다. 이번주 뉴욕증시는 새해 첫날 휴장으로 인해 거래일이 4일로 단축됐다.
유럽증시도 동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독일 DAX지수는 0.23%, 영국 FTSE지수는 0.91%, 범유럽지수 STOXX600은 0.30% 각각 올랐다. 국제 유가도 오름세다. 달러-원 환율이 달러화 초강세에 1,470원 '턱밑'에서 마감했다. 달러화 가치는 강한 미국 경제 속에서 매파적인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와 '관세 폭탄'을 예고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이 성큼 다가오면서 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라섰다.
글로벌 자금이 주식 시장이 호조세를 보인 미국 시장으로 모이고 있어 달러화 매수를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새벽 2시 달러-원 환율은 전장 서울 외환 시장 주간 거래(오전 9시~오후3시 반) 종가 1,472.50원 대비 3.40원 하락한 1,469.10원에 마감했다. 달러-원 환율은 이날 주간 거래 종가(1,466.60원)보다는 2.50원 올랐다. 달러-원 환율 상승은 달러 초강세와 연관이 깊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인덱스(DXY)는 뉴욕 외환시장에서 109를 넘겼다. 지난 2022년 11월 이후 가장 높다.
트럼프 당선인이 멕시코와 중국, 캐나다 등 주요 무역 교역국에 대규모 관세를 예고한 것이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대규모 관세 부과에 따라 미국 물가가 재차 고개를 들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한발 앞서 연준이 지난달 18일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올해 기준금리 인하 횟수 전망치를 기존 4회에서 2회로 줄인 것도 이유다. 달러-엔 환율은 157.747엔으로 0.381엔(0.24%) 올랐다.
역외 달러-위안(CNH) 환율은 7.3419위안이다.
가상화폐 대장주 비트코인이 상승 중인 가운데 리플은 급등하고 있다. 리플 발행업체 리플랩스는 코인베이스와 함께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원한 가장 큰 후원 기업이다. 대선 직후 리플 CEO인 브래드 갈링하우스가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을 직접 만나 업계 요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리플랩스는 현재 개리 겐슬러 위원장이 이끄는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소송을 당해 수년간 발목이 잡혀 있었는데, 겐슬러 위원장이 트럼프 2기 출범과 함께 사임하기로 하면서 소송 리스크가 해소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이날 급등으로 리플은 스테이블코인 '테더'를 제치고 다시 시총 3위 자리를 탈환했다.
일본 최대 금융그룹 중 하나로, 리플 발행사 리플 랩스의 지분 8%를 보유한 SBI가 리플에 대한 투자를 확대한다는 소식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리플의 추가 상승 여력이 여전히 충분하다는 전망도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게리 겐슬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이 사임을 발표한 후 비트코인 보다 리플이 훨씬 더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 뉴욕증시 일각에서는 가상화폐 판도 변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 SEC 겐슬라 위원장은 유난히 리플에 대해 강도높은 규제를 가했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뉴욕증시 현물 ETF를 승인해 주면서도 리플은 불허했다. SEC 겐슬라 위원장은 한걸음 더 나아가 리플에 대해 증권형 상품으로 규정짓고 자본시장법 위반을 이유로 법원에 제소까지 한 상태이다. 바로 이 점 때문에 리플의 갈링하우스CEO는 트럼프 에게 거액의 정치 후원금을 내면서 대통령 취임 후 SEC 겐슬러 위원장을 해임 시켜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SEC 겐슬라 위원장 시절 리플이 가장 많은 피해를 본 셈이다. SEC 겐슬라 위원장의 사임 소식에 비트코인 보다 리플이 더 폭발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한마디로 겐슬러 위원장 사임으로 리플이 가장 큰 수혜를 입을 전망이기 때문이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