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10월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3.1% 증가하며 43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던 9월의 부진을 털고 반등에 성공했다고 미국 경제방송 CNBC가 19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일본 재무성이 이날 발표한 10월 무역통계(속보치)에 따르면, 수출 증가는 중동 지역으로의 수출이 주도했다. 중동 지역 수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35.4% 급증하며 전체 수출 증가세를 이끌었다. 이는 국제유가 상승과 중동 지역의 경제 회복세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한국으로의 수출은 0.4% 증가에 그쳤다. 이는 로이터 여론조사에서 예상했던 0.3% 감소보다는 높지만, 여전히 저조한 수준이다. 한국은 일본의 주요 수출 대상국 중 하나지만, 최근 반도체 수출 호조 등으로 한국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일본으로부터의 수입 수요가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수출입 결과에 따라 일본의 10월 무역수지는 4612억 엔(약 4조2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로이터 통신이 예측한 3604억 엔보다 큰 폭의 적자이며, 9월에 개정된 수치인 2941억 엔과 비교해도 적자 폭이 확대됐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수출 회복세가 아직은 불안정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이 일본 경제에 큰 위험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티 로우 프라이스(T. Rowe Price)의 글로벌 주식 포트폴리오 전문가인 대니얼 헐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관세 및 무역 정책이 일본 주식시장을 좌우할 주요 변수"라고 분석했다. 그는 "관세 부과는 일본과 같은 개방적이고 수출 지향적인 경제에 가장 큰 위협"이라며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이 심화될 경우 세계 무역과 경제 성장에 부담이 될 것이고, 이는 일본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 이후 여러 차례 일본의 대미 무역 흑자를 문제 삼으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미·일 무역협정 재협상 등을 추진해왔다. 이러한 미국의 압박은 일본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투자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
그러나 헐리는 "일본이 미국, 특히 트럼프 대통령과 매우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일본 정부는 미국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무역 마찰을 최소화하고, 자국 기업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태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j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