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의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에 대한 공개 지지 후 급등한 테슬라 주가가 크게 밀리고 있다. 이에 따라 테슬라의 시가총액도 1조 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15일 미국 금융시장 전문 매체 야후파이낸스에 따르면, 14일(현지시각)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테슬라 주가는 전날에 비해 5.77%(19.06달러) 내린 311.18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시가총액은 9989억 달러로 집계됐다.
테슬라 주가는 로이터통신이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정권인수팀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근거한 전기차 세액공제 폐지를 계획하고 있다고 보도하자 크게 흔들렸다. 테슬라 측은 정권인수팀에 보조금 폐지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머스크를 연방정부의 관료주의를 해체하고 규제를 줄이는 정부효율부(DOGE)의 공동 수장으로 내정한다고 발표했을 때 미국 뉴욕 주식시장은 거의 반응하지 않았지만 최대 7500 달러 규모의 전기차 보조금의 폐지를 계획하고 있다는 로이터통신에 급락했다.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석유·가스회사 '콘티넨털 리소스즈' 창립자인 해럴드 햄과 더그 버검 노스다코타 주지사가 이끄는 에너지정책팀이 IRA 세액공제 폐지를 논의하고 있다. 에너지 정책팀은 대선 승리 후 여러 차례 회의했다. 그 회의는 머스크가 상당한 시간을 보낸 트럼프의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자택에서 이뤄졌다.
테슬라의 주가 하락에는 대선일 이후 과열됐던 '트럼프 랠리'에 대한 피로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 주가는 대선일인 지난 5일 종가 251.44달러에서 지난 11일 종가 350달러로 불과 4거래일간 39.2% 폭등했다.
머스크 CEO는 앞서 트럼프 당선인의 선거운동에 나설 때부터 전기차 세액공제 폐지가 테슬라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오히려 이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경쟁사들에 타격을 줘 테슬라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머스크가 몇 년 전부터 공언한 저렴한 전기차를 아직 출시하지 못한 상황에서 전기차 세액공제 폐지는 고가로 인식되는 테슬라의 차량 구매 가격을 더 높이게 돼 수요를 더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고물가에 시달리는 소비자들이 저렴하고 실용적인 친환경 차로 꼽히는 하이브리드 차종 등으로 눈을 돌릴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기간 IRA를 자주 비판했으며, 바이든 행정부의 "전기차 의무화"(EV mandate)를 끝내겠다고 거듭 공약했다. IRA 자금은 공화당이 정부를 장악한 주(州)를 포함해 각지에 이미 배분되기 시작했다. 공화당 지역에서도 IRA 프로그램이 인기가 많기 때문이라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정권인수팀은 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한 상황에서 전기차 세액공제 폐지를 더 큰 세제 개혁 법안의 일부로 담을 경우 공화당 의원들의 폭넓은 지지를 받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소식통들은 트럼프 당선인이 자신의 임기 초반에 종료될 예정인 세금 감면을 연장하는 데 필요한 수 조 달러를 확보하려면 전기차 세액공제를 폐지해 비용을 절약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에너지정책팀 구성원들은 의회에서 공화당이 민주당의 도움 없이도 세제 법안을 처리하기 위해 예산 조정(reconciliation) 절차를 활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절차를 적용하면 민주당의 합법적 의사진행방해 절차인 필리버스터를 무력화할 수 있는데 앞서 바이든 행정부에서 민주당이 IRA를 통과시킬 때도 이 방법을 동원했다. 전기차 세액공제가 폐지되면 이미 전기차 판매세 둔화로 어려움을 겪는 전기차와 배터리 업계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