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은행 가계대출 공급 총량 관리 목표가 리셋되면서 지난해 연말까지 이어진 대출 한파가 완화될 전망이다.
다만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관리에 강경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은행이 그동안 올린가산금리가 빠르게 내리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올해부터는 금융당국이 월별·분기별 대출 관리에 돌입할 것으로 보이면서 ‘대출 옥죄기’ 기조는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은행권과 내년도 가계대출 경영계획에 대한 협의를 진행 중이다.
일단 은행들은 새해를 맞아 가계대출 공급 총량 한도가 새롭게 부여되면서 지난해 11월부터 점차 닫기 시작한 대출문을 속속 여는 모양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은 새해 첫 영업일인 2일부터 실수요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제한 조치를 모두 해제한다. 기존 중단했던 주담대 MCI‧MCG(모기지보험) 적용이 재개되고 비대면 신청도 다시 받는다.
다만 과거 보다는 상대적으로 연초 대출공급 확대가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다.
은행권은 가계대출 한도가 넉넉한 상반기 과감한 대출 영업에 나서고 하반기부터 대출을 조절해 왔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금융당국이 가계대출이 특정 시점에 몰리지 않도록 월·분기별 목표치도 제시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또 지난해 가계대출 공급 목표를 초과한 은행들에게는 올해 한도를 줄이는 패널티도 주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금융당국에 제출한 가계대출 목표치를 초과해 대출을 내준 것으로 알려진 우리은행의 경우, 다른 은행들이 비대면 신용대출 상품 판매를 재개한 것과 달리 새해에도 일단 비대면 신용대출 상품 판매 중단을 이어가기로 했다.
높은 수준의 대출금리도 유지될 전망이다. 지난해 4분기 가계대출 수요를 조절하기 위해 은행권은 가산금리 급격히 올렸는데 인하는 가계대출 관리 상황을 지켜보면서 천천히 나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은행권 신규취급액 기준 가계대출 금리는 4.79%로 8월(4.08%) 이후 4개월째 상승세다. 이는 한은이 지난해 10월과 11월 기준금리를 각 0.25%포인트(p) 인하하면서 시장금리가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내리지 않은 탓이다. 한은은 오는 16일 예정된 올해 첫 기준금리 결정회의에서 경기침체를 우려로 기준금리 추가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데,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내리지 않는다면 차주들이 금리 인하 효과를 체감하기는 더욱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연말 보다 연초 대출 숨통이 트이지만 올해 전반적인 가계대출 규제 수준은 강화된다. 금융당국은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3단계를 7월부터 실시할 예정인데 해당 규제가 시행되면 현재 0.75%p인 스트레스 금리는 1.5%까지 오른다. 스트레스 금리가 오르면 차주의 대출한도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저성장이 예고되면서 대출 공급도 축소될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증가폭을 경상성장률(명목성장률) 이내로 관리한다는 원칙을 올해도 엄격하게 적용할 방침인데 올해는 지난해 보다 낮은 경상성장률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경상성장률은 실질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의 합인데 지난해 물가상승률은 1.9%로 집계됐고, 한은이 예상하는 2024년 실질성장률은 2.2%로 4.1%의 경상성장률이 예상된다. 다만 올해 실질성장률과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각 1.9%, 1.9%로 경상성장률이 4%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일단 가계대출 목표가 리셋되면서 지난해 연말 나타난 대출 한파는 점차 해소되고 가산금리도 점차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다만 전반적으로는 지난해 보다 높은 수준의 가계대출 관리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스트레스 DSR 3단계 규제가 도입되는 하반기부터는 대출 한도가 급격히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