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주요 기술기업들이 국가안보를 이유로 중국과 러시아 자본과의 결별을 선언하면서, 글로벌 기술 산업의 신냉전 체제 돌입이 현실화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등 첨단기술 분야의 미국 투자회사 약 20곳이 '클린 캐피털 인증(Clean Capital Certification)' 이니셔티브에 서명했다고 1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일론 머스크의 xAI 투자사를 비롯한 주요 기업들이 참여한 이번 조치는, 미국 기술 산업이 적대국 자본과의 단절을 자발적으로 선언했다는 점에서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의 새로운 분수령으로 평가받고 있다.
퓨처 유니언이 주도하는 이번 인증에는 문샷 캐피털, AI 무기 제조업체 안두릴의 투자사 등이 참여했다. 이들은 중국, 러시아, 이란, 북한 등으로부터의 자금 조달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원 중국특별위원회의 존 물레나 위원장은 "적대국 자본 유입이 국가안보를 위협한다"며 이 조치를 적극 지지했다.
중국의 대미 기술투자는 이미 급감세다. 로디움 그룹에 따르면, 중국의 미국 기술기업 투자는 2016년 450억 달러를 정점으로 2022년에는 10억 달러 미만으로 축소됐다. 러시아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대미 투자가 사실상 중단됐다. 이 자금 공백은 UAE의 G42(올해 AI 기업에 100억 달러 투자)나 사우디 공공투자기금 등 중동 자본이 메우고 있다.
중국 정부는 즉각 반발했다. 중국 상무부는 "미국이 기술 패권주의로 글로벌 혁신 생태계를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국 정부는 홍콩과 싱가포르 소재 투자사를 통한 우회 투자 확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도 인도와 아랍권 국가들을 경유한 투자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에 미국은 최종 수혜자 추적 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또한, 동맹국들과 투자 심사 공조도 강화하고 있다. 일본은 이미 유사한 조치를 도입했으며, EU도 중국 자본 규제를 검토 중이다.
한국 등 기술 강국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통제에 동참했지만, 중국에 대규모 생산기지를 보유하고 있어 양국 간 줄타기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2025년 트럼프 재집권 시 이러한 흐름은 가속화될 전망이다. 트럼프는 1기 때부터 중국의 기술 탈취를 비판하며 화웨이 제재 등을 주도했다. 전문가들은 2기 행정부가 동맹국들과 연대해 중국 자본에 대한 포위망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가 글로벌 기술 산업의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으로 전망한다. 서방 진영과 중국·러시아를 축으로 하는 기술 블록이 형성되면서, 각국은 진영 선택을 강요받을 수 있다. 특히 반도체, AI 등 첨단기술 분야에서 이런 경향이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글로벌 혁신 생태계의 분절화를 가속화하고, 기술 발전의 새로운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