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들이 시장 변동성과 이시바 시게루 총리 내각에 대한 낮은 신뢰도로 인해 2024년 일본 현금 주식과 선물을 5조 엔(320억 달러) 이상 순매도했다고 27일 닛케이아시아가 보도했다.
26일 발표된 일본 거래소 그룹 데이터에 따르면, 연초부터 12월 셋째 주까지 해외 투자자들은 2755억 엔의 현금 주식을 순매도했다.
5월 중순 순매수가 5조 엔에 육박하는 등 초반에는 매수세가 우세했지만, 하반기 들어 매도세로 급선회하면서 시장의 중장기 전망을 낙관적으로 보는 투자자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단기 투기를 반영하는 선물 순매도는 같은 기간 4조8500억 엔인 것으로 집계됐다.
UBS 증권의 주식 전략가인 모리야 노조미는 “현재 일본 주식 시장에 대한 외국인 투자 그룹의 관심은 상대적으로 낮아진 상황”이라며 투자자들이 시장을 외면하는 이유로 명확한 방향성 상실을 꼬집었다.
현재 일본 주식 시장은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과 미국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8월 닛케이평균주가가 4400포인트 급락한 여파가 계속되고 있는 상태다.
또 엔화 가치 상승으로 인해 펀드 시장에서 일본 주식을 매수하면서 엔화를 매도하는 '재팬 트레이드'를 축소하며 증시 변동폭이 커지고 있다. 닛케이주가 평균 변동성 지수는 한때 80을 돌파하기도 했다.
현재 여전히 20을 상회하고 있어 투자자들이 시장의 미래에 대해 경계하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닛케이평균지수는 상장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이 이어지면서 올해 18% 상승하는 등 2024년 높은 상승세로 마감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자사주 매입이 계속해서 높아질 수 없는 만큼 변동성의 폭은 더 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시장에서는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미국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엔화가 어떻게 움직일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슈로더 멀티에셋 투자 글로벌 책임자 패트릭 브레너는 일본 증시가 금리와 환율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지속적인 임금 상승으로 일본이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더라도 환율 변동 위험으로 인해 일본 주식을 계속 보유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씨티그룹 수석 일본 주식 전략가인 료타 사카가미는 “일부 헤지펀드의 리스크 관리 부서에서 일본 주식을 사지 말거나 매입을 제한하라고 지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시바 신임 내각에 대한 낮은 기대감도 한 요인으로 꼽힌다. 해외 투자자들은 이민 확대, 노동자 해고 제한 완화 등 명확한 구조 개혁을 위한 조치를 원하고 있는 상태다.
미즈호 증권의 범아시아 수석 주식 전략가 키쿠치 마사토시는 “법인세 인하를 이야기한 트럼프와 비교하면 이시바 정부의 정책은 규제 완화가 덜하며 해외에서 좋은 반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시바의 집권 소수 연립여당의 정치적 권한이 미약하다는 점도 해외 투자자들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영국에 본사를 둔 RBC 블루베이 자산운용의 마크 다우딩 대표는 “2025년 하반기에 새 총리가 선출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지도자가 조기에 교체되면 정책 실행 가능성이 낮아져 장기적인 관점에서 일본 주식을 매수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