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이번 조치는 미국 정부가 중국 기업에 대한 첨단 기술 수출 규제를 강화한 것에 대한 보복으로 해석되는 가운데 미국의 IT 및 군사 산업에 특히 직격탄을 날릴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나아가 단순한 경제 마찰이 아니라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의 신호탄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 첨단 기술과 군사 산업의 핵심 원자재
26일(현지 시각) 온라인 매체 데저렛뉴스에 따르면 갈륨은 반도체와 스마트폰, 군사용 레이더 시스템 등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원자재이고 게르마늄은 적외선 기술과 광섬유 통신에 쓰이는 핵심 소재다. 또 안티몬은 군사용 탄약, 방탄 장비, 군용 폭발물 등에 쓰이며 전략적 가치가 매우 높은 광물로 평가된다.
미국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미국은 갈륨의 21%, 게르마늄의 54%를 중국에서 수입해왔다. 특히 미국의 갈륨 생산은 지난 1987년 이후 중단됐고, 게르마늄은 미국 유타주의 에이펙스 광산이 가동을 멈추면서 생산이 전혀 없다.
미국은 버지니아주의 석탄 광산과 노스다코타주의 리그나이트 광산에서 희소 광물을 추출하려는 연구를 진행 중이고, 광산 개발업체 페르페투아 리소스가 아이다호주에서 안티몬 광산 개발을 위해 국방부로부터 약 51만 달러(약 7억4500만원)의 보조금을 지원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프로젝트들이 본격적으로 성과를 내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전자, 반도체, 박막, 열 관리 등의 시장에 주요 소재를 공급하는 미국 인듐사의 마커스 로아스 금속사업부 매니저는 “이미 미국의 게르마늄과 갈륨 비축량은 바닥난 상태”라고 우려했다.
USGS는 중국의 갈륨 수출 전면 금지로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이 최대 82억 달러(약 12조원)까지 감소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중국의 수출 금지 조치 이후 안티몬 가격은 지난 8월과 비교해 배 이상 상승해 톤당 3만9000달러(약 5702만원)를 돌파했다. 이는 군사 장비와 첨단 기술 제조업체들에 심각한 타격을 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광산산업 전문 투자은행인 할가튼의 크리스토퍼 에클스턴 수석 애널리스트는 “안티몬의 군사적 중요성이 가격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면서 “이로 인해 미군과 유럽군의 군수 물자 생산에 차질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 중국의 전략적 승부수…미국 '안보 리스크' 직면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최근 펴낸 보고서에서 “이번 조치로 인해 미국 군사 산업의 생산 능력에 심각한 제약이 발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중국은 전시 상태와 같은 준비 태세로 자국의 군사력을 확장하고 있지만, 미국은 평시 태세로 운영되고 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특히 갈륨과 게르마늄이 군사용 센서, 첨단 무기 체계 등에 필수적이기 때문에 이번 조치로 미군의 기술적 우위가 약화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글로벌 경제와 산업에 미칠 파급효과도 상당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반도체 제조업계의 경우 핵심 원재료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며 생산 지연 및 비용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스마트폰 및 전자기기 산업의 경우 스마트폰과 전자기기의 생산 비용 증가로 인해 최종 소비자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갈륨과 게르마늄의 주요 공급국인 중국의 수출 통제가 강화되면서 글로벌 기업들의 대체 공급망 확보 경쟁이 치열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전망이다.
중국의 이번 조치에는 단순한 경제적 대응을 넘어 지정학적 전략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다. 중국은 희소 광물 시장에서의 독점적 지위를 통해 미국의 첨단 기술 산업과 군사력을 견제하려는 의도를 명확히 드러내왔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연구소(IER)는 “중국은 자국의 희소 광물 자원을 전략적으로 통제하면서 미국과의 기술 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