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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와 협상하려면 그를 미국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야"

모리 前 외무성 부상 "개인 호불호 넘어 실리적 접근 필요"

박정한 기자

기사입력 : 2024-12-26 10:22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모습.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모습.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직접 미국을 상대했던 모리 다케오 전 외무성 부상이 트럼프 재집권에 대비한 일본의 외교 전략을 제시했다. 모리 전 부상은 24일(현지 시각) 닛케이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를 "미국을 상징하는 지도자로 인식하고 실리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모리 전 부상은 트럼프의 의사결정 패턴에 주목했다. "트럼프는 기본적으로 자신이 신뢰하는 측근의 조언을 경청한다"며 "이들을 파악하고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아베 신조 전 총리의 대미 외교를 모범 사례로 꼽았다. 아베 전 총리는 트럼프를 "미국 국민이 선택한 지도자"로 인정하고, 미국의 세계화 과정에서 제조업 일자리 상실 등 고충에 깊이 공감했다는 것이다.
미군 주둔 비용 분담 협상에서도 아베의 전략은 빛났다. 트럼프의 증액 요구에 "미국의 젊은이들이 바다를 건너 일본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있다"며 진정성 있게 접근해 타협을 끌어냈다는 설명이다.

모리 전 부상은 트럼프 재집권 시 무역·안보 분야의 새로운 도전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제조업 일자리 회복을 위해 관세를 협상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며, 동맹국에 대한 방위비 분담 압박도 거세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대해 그는 "공공·민간 부문이 협력해 의회와 정부를 상대로 적극적인 로비를 펼쳐야 한다"며 "이를 무시하면 즉시 '메뉴판'에 오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안보 분야에서는 일본의 국방비 증액과 반격능력 보유 등 새로운 안보 전략의 신속한 이행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미·중 갈등 심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미국이 아시아 안보에 전념하도록 하려면 일본도 적절한 부담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트럼프 재집권이 세계 질서에 미칠 영향도 우려했다. 특히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싼 미국과 유럽의 관계 균열 가능성을 지적하며, 일본이 이를 막기 위한 외교적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본의 대미 외교 경험은 트럼프 재집권에 대비해야 하는 한국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특히 통상과 안보 분야에서 새로운 도전이 예상되는 만큼, 체계적인 대응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
우선 정부와 기업의 유기적인 협력이 필수적이다. 트럼프가 관세를 협상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이 큰 만큼, 공공·민간 부문이 협력해 의회와 행정부를 상대로 한 체계적인 로비 활동이 필요하다. 특히 한국 기업들의 대미 투자와 일자리 창출 효과를 적극적으로 부각해야 한다.

둘째, 통상 분쟁에 대한 선제적 대응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자동차·반도체 등 주요 수출 품목에 대한 관세 위협에 대비해 산업별 맞춤형 대응 전략을 수립하고, 무역 다변화를 통한 리스크 관리도 강화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한미동맹의 경제적 가치를 부각하는 전략적 접근이 중요하다. 단순한 호불호를 넘어 미국의 아시아 전략에서 한국의 중요성을 부각하고, 이를 통해 경제적 압박을 완화할 수 있는 협상력을 확보해야 한다.

트럼프 재집권에 대비한 한국의 경제 외교는 실리와 원칙의 조화, 정부와 기업의 협력, 전략적 소통 강화라는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재정립되어야 할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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