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주식시장에서 2년 가까이 지속된 기업지배구조 개혁에 대한 기대감이 훈풍으로 작용한 장세가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에 대한 시장 영향력을 확인하려는 투자자들의 평가가 엄격해지면서, 단순히 딥밸류(초저가) 주식을 사들이는 일본 주식 평가 국면이 끝났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12일(현지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해 봄 도쿄증권거래소가 프라임, 스탠다드 시장 상장기업에 자본비용과 주가 의식 경영을 요구한 이후 투자자들의 자금이 딥밸류주로 향했다.
주가순자산비율(PBR) 등 밸류에이션이 극도로 낮은 종목이 많았기 때문에 기업이 어떤 대응책을 마련해야 주가가 오르는지를 판단해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딥밸류주의 주가 움직임은 상대적으로 양호했고, PBR 등을 기준으로 주가의 저평가 정도와 실적을 비교했을 때 2023~24년 7월까지는 저평가일 정도로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하지만 일본 주가가 급락한 8월 이후 상황이 급변했다.
미국 마슈 인터내셔널 캐피털 매니지먼트 다케우치 슌타로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일본 초저평가 종목이 자본정책에 대해 어떤 정책을 내놓으면 주가가 막연하게 상승하는 국면은 끝났다고 분석했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도쿄증권거래소의 이니셔티브에 의한 시세는 1단계가 끝나고 다음 단계에 접어든 상태다. 이에 따라 2단계에서는 펀더멘털이 우수해도 자본 배분이 좋지 않아 현금을 대부분 쌓아두고 있는 기업이 선별 대상이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는 “현금을 계속 쌓아두느냐, 자본정책을 바꾸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리는 국면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로 TOPIX500 구성 종목의 PBR은 지난 1월 1.17배에서 1.47배로 상승했고, 0.5배 미만인 종목도 44개에서 19개로 줄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투자자들의 기대감에 따른 것으로, 기업의 자본 효율성이 극적으로 개선된 것은 아니며 자기자본이익률( ROE)은 최근 9.3%로 해외 주요 시장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글로벌 투자자들은 자본 효율성 개선이 더디다는 이유로 일본 주식에 대한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가치주 투자로 유명한 미국 해리스 어소시에이츠의 데이비드 헤로 부회장은 “ PBR이 낮은 주식이 아웃퍼폼한 것은 사실이지만, 기본적으로 품질이 낮고 큰 폭의 주가 상승을 정당화할 만한 ROE 개선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해리스 어소시에이츠는 ROE가 낮은 기업의 개선이 인정될 때 투자를 검토할 생각이다.
현재 사내유보금을 쌓은 결과 이익 수준에 비해 자산 규모가 부풀려져 현금이나 정책 보유 주식, 부동산과 수익성이 낮은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일본 기업이 많은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 비효율성을 문제 삼는 주주들의 압력에 기업들은 그동안 주로 자사주 매입을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해온 바 있다. 블룸버그 자료에 따르면, 올해 발표된 자사주 매입 규모는 18조2000억 엔(10일 기준)으로 지난해 8조9000억 엔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다.
자사주 매입은 이후 소각되면 주당순이익(EPS)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주가에 긍정적이지만, 기업의 수익성이 높아질지는 별개의 문제다.
SMBC 닛코증권의이토 케이이치 수석 퀀트 애널리스트는 ROE를 높이기 위해 자사주 매입이 좋다는 단선적인 시각이 확산되는 분위기에 경계감이 나타나고 있다며 “본업의 수익성이 충분히 높고 성장 여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사주 매입만 하면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단편적 생각은 이제 시장에서 통용되지 않는다”라며 “근본적으로 본업의 수익성이 높아지지 않는 한, 투자자의 평가를 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설비투자와 연구개발(R&D) 투자,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본업을 어떻게 성장시킬 것인지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