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주식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섹터로 부동산과 소매업이 급부상하고 있다.
홍콩에서 발행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16일(현지시각) 30년간의 디플레이션(물가의 지속 하락)에서 벗어나 인플레이션 시대로 접어들면서 내수 주도 성장의 수혜가 예상되는 업종들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특히, 부동산 섹터의 변화가 뚜렷하다. 전문적으로 관리되는 임대주택과 다가구주택 시장에서 임대료 상승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JLL의 샤이 그린버그 일본 자본시장 담당 수석이사는 "임대료 성장이 이 부문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호텔 부문은 부동산 섹터 중에서도 가장 큰 수혜가 예상된다. 엔화 약세에 따른 외국인 관광객 급증으로 호텔 수요가 크게 늘었다. 2023년 외국인 관광객 지출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주요 도시 호텔의 평균 일일 요금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수준을 이미 넘어섰다.
기업들의 부동산 자산 활용도 새로운 기회로 떠오르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일본 기업들의 대차대조표상 숨겨진 부동산 가치가 25조 엔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한다. 기업 지배구조 개혁으로 이러한 유휴 자산의 가치 실현 압력이 커지고 있어 부동산 시장에 새로운 공급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2013년 시작된 아베노믹스의 효과가 이제야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다. 인플레이션이 2022년 4월 이후 지속 2%를 웃돌고 있으며, 임금 상승과 기업들의 가격 전가 등 경제 전반에 긍정적인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이같은 변화가 주로 외부 요인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엔화 약세에 따른 인플레이션이 실질 구매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이번 변화가 자기실현 예언이 되어 실제 경제 회복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일본 부동산 시장의 변화는 저성장·저물가 시대에 직면한 한국 경제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30년 만에 디플레이션을 탈출하며 부동산과 내수시장이 회복되는 일본의 사례는 한국이 주목해야 할 모델이다.
무엇보다 디플레이션 우려에 대한 경각심이 필요하다. 일본이 30년간 디플레이션으로 경제 침체를 겪었듯이, 한국도 저물가·저성장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선제 대응이 시급하다. 최근 한국에서도 디플레이션 우려가 제기되는 만큼, 일본의 극복 사례는 중요한 참고가 될 수 있다.
기업 부동산 자산의 혁신적 활용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일본 기업들이 유휴 부동산 자산을 새로운 수익원으로 전환하는 것처럼, 한국 기업들도 보유 부동산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또한, 관광산업과 연계한 부동산 시장 활성화도 고려할 만하다. 일본이 엔화 약세를 관광산업 부흥의 기회로 활용한 것처럼, 한국도 관광과 부동산을 연계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일본의 경험을 교훈 삼아 디플레이션 위험을 피하면서, 부동산 시장의 새로운 기회를 발굴하는 균형 잡힌 전략 수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기업과 정부가 협력하여 부동산 시장의 혁신을 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