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발령과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로 대한민국은 다시금 격변의 시기를 맞이했다. 국가적 위기 상황 속에서 시민들은 광장에 모였고, 대한민국만의 독특한 시위 문화인 이른바 ‘K-시위’가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위기가 또 다른 기회를 낳는 현장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등장한 K-시위는 비폭력적이고 질서 정연하게 진행되며 시민들의 목소리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를 가득 메우며 평화적으로 정부에 대한 불만과 변화를 요구하는 장면은 세계 언론에도 긍정적으로 소개됐다. 일부 외신들은 이를 "민주적 의사표현의 새로운 표본"이라며 찬사를 보냈다.
하지만 금속노조의 대응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대비된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발표 직후, 금속노조는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며 전면 파업을 선언했다. 현대차·기아 등 주요 완성차 생산라인의 가동 차질은 물론, 수많은 중소 협력업체까지 연쇄적인 피해를 입었다. 노조의 파업은 노동자의 권익을 대변하는 필수적 수단이지만, 경제적 불확실성이 극대화된 현시점에서는 업계 전체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번질 우려가 크다. 차량 생산이 멈추고 공급망이 마비될 경우 내수 시장은 물론 글로벌 수출 시장에서도 신뢰를 잃을 수 있다.
여기서 문제는 파업이 단순한 요구 전달을 넘어 산업 전체에 혼란을 일으킨다는 점이다. K-시위가 보여준 평화적 소통 방식은 자동차 업계 노사 갈등의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 노조는 노동자의 권익을 지키되, 산업 전체가 회복 불가능한 타격을 받지 않도록 절제된 대응이 필요하다. 이는 단순히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 생태계 전반에 걸친 신뢰 회복을 위한 필수 과정이다. 정부 역시 노조와 기업 사이의 갈등 조정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지금 자동차 산업이 직면한 위기는 단순히 생산 차질과 매출 하락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민 신뢰와 글로벌 시장의 평가가 걸려 있는 중대한 시험대다. 평화적 시위 문화가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지금, 산업계도 그 흐름을 따라야 한다. 자동차 업계가 노사 상생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이는 국내외 소비자들에게 긍정적인 메시지로 전달될 것이다. K-시위는 우리가 위기를 해결하는 또 다른 방법을 보여주었다. 이제 금속노조와 자동차 업계가 이를 본받아 갈등이 아닌 대화와 상생의 길로 나아가야 할 때다. 사회적 혼란 속에서도 ‘신뢰’라는 가치를 지키는 것이 진정한 산업 리더십이며, 이것이야말로 대한민국 경제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dy332@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