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국의 군사지원 체계가 미국 중심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중심으로 재편된다.
나토가 미국으로부터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국들의 군사지원 방안을 결정하는 협의체의 주도권을 넘겨받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로이터 통신은 “나토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국들의 군사지원 협의체의 주도권을 최근 이양받았다”고 나토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17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로이터는 “이는 당초 계획에 따라 이뤄진 것이지만 ‘나토 회의론자’인 도널드 트럼프가 차기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후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지원 체계가 흔들리지 않도록 하기 위한 성격이 깔린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고 전했다.
나토의 이번 결정은 나토 체제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온 트럼프 당선자가 내년 1월 취임하더라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국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지원을 보장하기 위한 전략적 조치로 해석되고 있다.
그러나 나토가 대(對)우크라이나 지원 체계의 주도권을 확보했더라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지원의 대부분을 미국이 그동안 주도해온 상황에서 트럼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규모를 줄이는 선택을 할 경우 나토의 주도권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나토가 미국으로부터 주도권을 공식적으로 넘겨받은 협의체는 '우크라이나 방위 연락 그룹(UDCG)'이다.
UDCG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에 대한 국제적 군사지원을 조율하고 논의하기 위해 미국을 비롯한 나토 회원국과 유럽연합 회원국 등 서방 57개국으로 구성된 협의체로 지난 2022년 4월부터 운영돼왔다.
UDCG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국제적 군사지원을 체계적으로 조율하는 첫 국제적 협력체로 서방국들의 연대와 결속을 보여주는 상징으로 평가됐으나 미국이 주도했기 때문에 미국의 정치 상황 변화에 따라 우크라이나 지원의 지속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돼왔고, 이 때문에 주도권을 나토로 이전하는 방안이 참여국 사이에서 논의돼왔다.
그러나 논의 과정이 길어지면서 결론이 나지 않던 상황에서 첫 번째 대통령 임기 중 나토 체제에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하며 동맹국들에게 방위비 분담을 강하게 요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나토 탈퇴 가능성까지 언급한 바 있는 트럼프가 지난달 선거에서 재집권에 성공하면서 논의가 빠르게 진전돼 주도권 이양에 대한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가 백악관 재입성에 성공한 이후에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군사지원 규모를 축소할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우크라이나의 방어능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증가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나토가 미국으로부터 주도권을 넘겨받은 것은 나토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지원 협의체의 주도권을 확보함으로써 미국의 정치적 변화에 따른 지원 공백을 최소화하고 동맹국들의 공동 책임을 강화하려는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