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둔화에도 불구하고 영국의 3분기(8~10월) 임금이 예상보다 더 크게 오르면서 내년 영란은행(BOE)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낮아질 것으로 투자자들이 전망했다.
17일(현지시각)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영국 국가통계청(ONS)은 10월 말까지 3개월 동안 상여금을 제외한 평균 주당 소득이 전년 동기 대비 5.2%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로이터가 이코노미스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인 5.0%와 전년 동기의 4.8% 상승보다 큰 폭의 오름세다.
임금 상승률이 가속화한 것은 1년여 만에 처음으로 상여금을 포함한 급여 상승률도 전년 동기의 4.3%에서 5.2%로 뛰어올랐다. 특히 영란은행이 가장 면밀히 주시하는 민간 부문의 정기 임금 상승률이 4.9%에서 5.4%로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상승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애슐리 웹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오늘 지표는 영란은행의 초점을 높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에서 경제 활동 둔화에 대한 우려로 전환하는 데 거의 도움이 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지표 발표 이후 투자자들은 내년 영란은행의 금리 인하에 대한 베팅을 축소했다. 시장에서는 영란은행이 2025년 말까지 금리를 25bp(0.25%포인트)씩 단 두 차례 인하할 것으로 가격에 반영했다.
지표 발표 이전까지 시장에서는 영란은행이 내년에 세 차례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약 90%로 반영한 바 있다.
영국 파운드화는 금리 인하 폭 축소 전망에 달러 대비 0.2% 정도 상승하며 장 후반 1.2704달러에 거래됐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아나 안드라데는 “10월 연간 민간 부문 임금이 예상보다 크게 상승한 것은 금리를 점진적으로만 인하해야 한다는 현재 영란은행의 컨센서스를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영란은행은 오는 19일 통화정책위원회(MP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널리 예상되고 있다.
RSM UK의 토마스 퓨 이코노미스트는 “상여금을 제외한 임금 상승률이 5.2%로 급등한 것은 19일 금리 인하 가능성에 또 다른 대못을 박은 것”이라며 “우리의 기본 시나리오는 MPC가 내년에 분기당 한 차례 금리를 인하하는 것이지만, 강력한 임금 상승과 트럼프 2기 집권으로 인해 금리 인하 횟수가 줄어들 위험이 커졌다”고 밝혔다.
시장은 영란은행의 금리 결정에 앞서 18일 발표될 영국의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주목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11월 CPI 상승률이 전년 동기 대비 2.6%로 전월의 2.3% 대비 상승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