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경쟁력으로 미국과 유럽 등에서 제재를 받는 BYD가 국내에서는 고급화 전략을 펼칠 전망이다. 저가 모델을 필두로 시장을 공략해온 BYD가 한국 시장에서 전략을 변경한 것은 시장 특수성을 고려해 손해를 최소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한국 시장에 진출하는 BYD는 '시장 안착' 자체가 중요한 마케팅 전략이 될 것으로 보인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류쉐량 BYD 총경리는 한국 언론 초청간담회에서 "한국 소비자들이 비야디를 경험하는 것에 목표를 두고 브랜드를 전개할 방침"이라며 "패밀리 카부터 럭셔리 카까지 모든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한국에서도 마냥 저렴한 포지셔닝만으로는 비야디를 정의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기존과 다른 전략으로 국내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국 시장에서는 기존 자사의 가성비 전략이 힘들 것이라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2017년 중국의 베이징자동차가 처참히 실패했다. 상용차로 국내 시장을 먼저 공략한 BYD 모델들 역시 저조한 판매실적을 보이고 있다. 이를 의식하듯 BYD는 기존 가성비 정책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BYD는 각국의 완성차 업체들이 존재하는 곳에서도 무서운 가격으로 경쟁이 불가할 만큼 저렴하게 차량을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한국은 현대자동차그룹에서 엔트리급부터 플래그십과 럭셔리 모델까지 다양한 전기차들이 시장에 포진해 있다. 단순히 가격으로는 경쟁이 불가능한 시장이다.
엔트리급의 현대차 캐스퍼 일렉트릭과 기아 EV3, 중형 세단 아이오닉6,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아이오닉5와 EV6, 대중 모델의 플래그십 대형SUV 아이오닉9과 EV9이 버티고 있다. 나아가 고급 모델로 제네시스 GV60, GV70, G80 등 탄탄한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 브랜드 특성상 서비스센터도 넘치도록 보유하고 있어 전국 어디서든 수리가 가능하다. 가격대 역시 보조금을 적용하면 2000만원대부터 시작해 어떤 완성차 브랜드의 전기차도 시장점유율 확대를 쉽게 예측하기 힘든 실정이다.
이런 시장 구조 때문에 한국 자동차 시장은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가 철수하거나 제품 라인업을 변경해 최소한의 운영을 하는 등 고전하고 있다. 전체 시장의 20%를 두고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게 한국 시장의 수입차 브랜드다.
이런 시장에 중국 BYD의 가성비 전략이 쉽게 받아들여질 수 없다. 이에 가장 유력한 전략은 손해 폭을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시장을 공략하는 것으로 보인다. 가성비를 위해 낮은 가격 정책보다 정찰제를 함으로써 향후 할인을 통해 체감 가격을 낮추는 방법이 효과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BYD가 국내 시장에 진출하는 것에는 여러 의미가 담겨 있다. 현대차그룹의 안방에서 판매우위를 점할 수는 없지만 이런 치열한 경쟁 속에서 시장 안착이라는 타이틀을 보유하게 되면 상품성을 인정받는 포인트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세계 판매 1위라는 타이틀과 '한국 시장 안착'이라는 타이틀이 더해지면 BYD의 글로벌 판매전략 상승에도 일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태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ost42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