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철강업계의 철강재 반덤핑 제소 전선이 중국에서 일본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커졌다. 일본발(發) '엔저 공세'의 영향으로 일본산 철강재 수입량이 수출량보다 많아진 탓에 철강업계의 부진 심화 우려가 나온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최근 일본산 H형강 제품에 대한 산업통상자원부(산자부) 반덤핑 제소를 검토하고 있다. 실제로 현대제철이 제소 절차를 밟으면 산자부가 수용 여부를 검토하고 조사를 개시한다. 산자부는 10월 현대제철이 중국산 후판을 대상으로 신청한 반덤핑 조사를 개시했다. 이에 힘입어 현대제철은 10월 말 3분기 컨퍼런스콜에서 반덤핑 추가 제소를 예고하기도 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중국산 H형강은 과거부터 쿼터제가 적용된 반면 일본산은 쿼터제가 없는데다 철강재 가격이 낮아지는 점까지 겹쳤다”며 “한국 철강업계도 어려운 상황이라 일본발 저가 수입제품으로 국내 철강산업 경쟁력이 훼손되고 있어 반덤핑 제소를 검토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국 철강업계가 일본산 철강재를 두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국과 일본 모두 철강 기술 강국이지만 일본산 철강재 수입량이 한국산 대일(對日)수출량보다 많기 때문이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한국은 올해 1~10월 일본에서 389만톤의 철강재를 수입하고 310만톤을 일본으로 수출했다. 형강만 놓고 보면 30만톤을 수입하고 5만톤을 수출했다.
일본산 철강재 수입이 많은 이유로는 엔화 환율이 낮은 상태가 지속되는 ‘엔저 현상’이 꼽힌다. 일본은 경기 부양을 위해 올해 6월까지 저금리 정책을 펴면서 엔화의 가치가 낮아졌다. 2022년 3월 28일 100엔당 1000원선이 무너진 뒤 지금까지 1000원선을 회복하지 못했다. 일본산 제품을 한화로 더 저렴하게 사는 효과가 철강시장에서도 나타난 것이다.
일본발 수입물량이 잠재적 위협으로 다가 오는 데다 중국의 철강 물량 밀어넣기와 미국의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까지 겹치면서 철강업계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철강 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은 철강산업 무역장벽이 무관세 수준으로 낮아서 철강재 무역장벽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쉽지 않다”며 “무역으로 먹고 사는 제조업 중심의 국가로서 다른 원료를 수입하거나 제품을 수출해야 하다보니 관세 부과로 다른 나라와 무역분쟁에 빠져드는 부담이 있다"고 말했다.
정승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rn72benec@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