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이 4일 세계 최초로 16단 48GB 고대역폭메모리(HBM)인 HBM3E 개발을 공식화한 것은 기술 경쟁력과 그룹 차원의 인공지능(AI) 반도체 패권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AI에 최적화된 고용량 HBM을 세계 최초로 선보이면서 SK하이닉스는 AI 시대에 필요한 ‘고객 맞춤형 메모리’와 추론 성능이 뛰어난 ‘창의적인 메모리’를 구현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곽 사장은 이날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된 ‘SK AI 서밋’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HBM3E 12단 제품을 토대로 16단 HBM3E를 선도적으로 개발하고 있다”고 공개했다. SK하이닉스는 내년초 고객에게 시제품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SK하이닉스가 개발을 공개한 16단 HBM3E는 차세대 HBM인 HBM4의 직전 단계다. 곽 사장은 “내부적으로 테스트한 결과 12단 대비 학습 성능과 추론 성능이 각각 18%, 32% 향상됐다”면서 성능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는 "16단 HBM3E 제품에 12단에서 검증된 ‘어드밴스드 매스 리플로우 몰디브 언더필(MR-MUF)’ 기술을 적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MR-MUF는 반도체 칩과 칩 사이를 액체로 채워 회로를 보호해주고 열을 효율적으로 빼내주는 기술이다. 이어 "백업 공정으로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도 함께 개발 중"이라고 전했다.
낸드플래시 제품에 대한 계획도 공개됐다. SK하이닉스는 최근까지 선보인 △1c 나노미터(nm, 1억분의 10m) DDR5 △PCIe 5세대 cSSD △구역화된 UFS 4.0 △QLC 60TB eSSD 등 뿐만 아니라 ‘저전력 고성능’을 만족시키는 차세대 제품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곽 사장은 AI시대에 고객 맞춤형 메모리와 창의적인 메모리의 중요성이 높아질 것이라 설명했다. 그는 “본격적인 AI 시대에는 시스템별 특화된 메모리와 스토리지 성능 최적화가 필연적인 방향이다”며 “시스템별로 특화된 최적의 제품을 제공하는 업체가 미래의 성공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AI 시대에는 기존에 AI 트레이닝을 통해 학습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새로운 데이터를 만들어내는 작업이 필요하다"면서 "이를 통해 만들어지는 창의적 메모리를 SK하이닉스가 가능하게 해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곽 사장은 "연산 기능을 메모리에 새롭게 포함해 폰 노이만 시스템의 가장 큰 약점인 메모리 병목 현상을 제거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면서 "프로세싱인메모리(PIM)과 컴퓨테이셔널 스토리지 등의 기술은 AI 메모리로서 차세대 AI 시스템의 아키텍처를 바꾸는 큰 도전이자 AI업계의 미래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장용석 정승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angy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