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인연합협회(한경협)가 정경유착의 고리를 확실하게 끊을 수 있는 인적 쇄신이 됐는지 근본적인 의문이 있다."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 위원장이 26일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서초타워에서 열리는 8월 정기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삼성의 한경협 회비 납부 여부를 묻는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이 위원장은 "한경협이 싱크탱크로서 경제인들에게 도움이 되는 단체로 변화하고자 하는 류진 회장과 준법경영을 위한 윤리위원회 활동에 대해 잘 알고 있고 아주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투명성을 보장하기 위한 각종 장치를 만들고 그것에 대해 자료 제공을 성실하게 해주는 한경협에 대해서도 매우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이같은 한경협의 투명 경영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경유착 고리를 끊기 위한 인적 쇄신 노력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게 이 위원장의 주장이다.
그는 "정경유착의 고리 끊기 위해서는 결단이 필요하다. 아직도 정치인 출신, 그것도 최고 권력자와 가깝다고 그렇게 평가받고 있는 분이 경제단체 회장 직무대행을 했다는 것도 상식적으로 이상할 뿐만 아니라 임기 후에도 계속 남아 관여하고 있다는 사실은 과연 한경협이 정경유착 고리를 끊을 의지가 있는지 저는 회의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치인 출신이 계속 남아 어떤 특정한 업무를 한다면 유해한 것이 될 수 있다. 그렇지 않고 아무런 활동을 하지 않는다해도 회원 회비로 국민이 납득할 수 없는 예우를 받는다는 건 무익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한경협(당시 전경련) 회장직무대행을 맡았던 김병준 상근고문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3월부터 6개월간 한시적으로 업무를 수행한 김 전 전경련 회장 직무대행은 류진 회장이 새로 취임한 뒤에도 고문으로 한경협에 남았다.
김 고문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 선거대책위원장으로 활동했고 당선인 시절에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장으로 임명된 바 있다.
이에 대해 류 회장은 김 고문을 두고 "이번은 예외"라며 "앞으로는 정치인을 고문으로 쓰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찬희 위원장은 "한경협의 특정한 자리가 정경유착 전리품이 돼 여야를 바꾸더라도 항상 그 자리가 이번 한 번만 예외가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그런 자리로 남아있을 것이라는 것에 대해 우려를 갖고 있다"면서 "한 번의 원칙이 무너지는 예외를 인정하는 것은 쉽다. 그런데 그 원칙을 다시 회복하려고 하면 불가능하거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삼성 준감위에서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신중하게 회비 납부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민을 하는 것"이라며 "그간 준감위가 철저하게 독립성을 보장받으며 활동해왔다. 이것은 바로 삼성이 준법경영을 철저하게 시행하겠다, 정착시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고 다른 모든 국내 기업 보다 삼성의 준법경영 의지를 표시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위원장은 "삼성과 아직 아무런 의사 교환이 없으며 준감위가 독립적으로 의사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한경협은 지난 4월 삼성·SK·현대차·LG 등 4대 그룹을 포함한 420여개 회원사에 회비 납부 공문을 보냈다. 4대 그룹 중 현대차 그룹은 지난 7월 초 회비를 납부했고, SK그룹도 지난주 35억 원 수준의 연회비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한경협에 회비를 내기 위해서는 그룹의 준법경영을 감시하는 준감위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
김태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ost42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