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어 올해도 미국의 중국 투자가 줄어들 전망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해 8월 10일 서명한 중국에 대한 첨단 분야 투자 금지나 제한 행정명령이 올해 1월 4일부터 시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행정명령은 컴퓨터 칩 등 민감한 기술 분야에 대한 미국의 신규 투자를 금지하는 것으로 반도체, 양자 기술, AI 시스템 등 3개 부문에 대한 중국 기업 투자를 금지하거나 제한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 정부는 이번 행정명령이 미국 국가 안보와 인권을 위협하는 중국 기술과 군사력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에포크타임스가 지난 8일(현지시간) 발표한 미국 하원 특별위원회(CCP)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5개 VC가 중국 핵심 기술 프로젝트에 30억 달러 이상을 투자했다고 보도했다. 여기에는 중국 군대, 감시 기관, 신장에서 진행 중인 인권 침해와 관련된 기업에 직접 투자가 포함되어 있었다.
해당 5개 VC는 GGV 캐피털, GSR 벤처스, 퀄컴 벤처스, 시쿼어 캐피털 차이나, 월던 인터내셔날 등이다. 틱톡 모회사 바이트댄스에 10억 달러가 넘게 투자됐고, 중국 최대 파운드리회사 SMIC에는 5000만 달러가 투자됐다. 대략 150개 이상 중국 반도체 회사에 10억 달러 이상이 투자된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의 VC 회사들은 지난해 8월 바이든 대통령의 행정명령 이후 중국 AI와 반도체 분야에 대한 투자를 줄이거나 철수해 왔지만 이번 보도로 그간 경색되던 투자가 완전히 얼어붙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중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들은 중국 시장에서 보복 조치로 벌금, 단속 및 기타 조치가 내려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미국 기업들은 다른 지역으로 투자를 전환하고 있다. 미국 상하이 주재 상공회의소의 조사에 따르면 2022년(34%)에서 2023년(40%) 사이 중국에 배정된 투자를 주로 동남아시아로 전환했다. 올해는 이 움직임이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로듐 그룹의 2022년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대외 직접 투자(FDI)는 2021년 대비 23% 감소해 1170억 달러로 8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유럽의 중국 투자는 2021년 대비 22% 감소해 10년 만에 최저 수준이었다.
반면, 인도, 멕시코,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에서 투자는 증가하고 있다. 특히 인도는 2022년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큰 투자를 받았고, 말레이시아와 베트남은 2022년에 역대 최고의 외국 직접 투자를 기록했다.
2023년에는 5년 만에 자금 순유출이 발생했다. 중국 국가외환관리국(SAFE) 집계 자료에 따르면, 경제 침체와 규제 강화가 계속되자 2023년에 기업과 가계 자본이 총 687억달러가 순유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자금 순유출에는 경기 둔화, 코로나 영향과 미·중 무역 전쟁, 부동산 시장의 불안정 등 여러 이유가 있지만, 미국 자금의 유입이 줄어든 데도 영향이 있다고 본다. 중국의 GDP 성장률도 2023년에 5.2%로 30년 만에 최저치를 보인데 이어 2024년에는 4.6%로 떨어질 전망이다. 이는 중국 시장이 세계 자본을 끌어들이고 유지할 힘을 잃고 있음을 의미한다.
2023년 공장 건설 등 투자도 크게 줄었다. 중국 국가외환관리국(SAFE)에 따르면 총 1185억 달러가 해외로 빠져나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 이후 사상 최고치였다.
더욱이, 미국은 중국에 대한 투자 제한 외에 수입도 줄이고 있다. 미국 경제분석국 자료에 따르면 2023년 미국은 중국에서 수입을 크게 줄여 총 4272억 달러를 수입했다. 이는 2022년보다 약 20% 줄어든 것으로 이 추세는 미·중 경제갈등 해소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올해도 계속될 전망이다.
중국 투자 금지 행정명령은 미국 투자자들의 중국 투자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SCMP에 따르면, 미국 벤처캐피탈(VC) 중 일부는 이미 중국의 AI·반도체 회사에 대한 투자를 줄이거나 취소하기 시작했다. 2023년 12월 기준, 미국의 중국 투자는 전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