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사법 리스크를 뛰어넘고 반도체 성과 부진 등 삼성 위기론을 정면 돌파한다. 이 회장은 "국민의 사랑을 받는 삼성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히면서 사업 구조조정과 인적 쇄신을 통해 위기 탈출 경영을 본격화할 것임을 드러냈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전날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의혹 항소심'의 최후 변론에서 "삼성의 미래에 대한 우려가 매우 크다는 것을 잘 안다"면서 "지금 삼성이 맞이한 현실은 그 어느 때보다 녹록지 않다"고 위기를 인정했다. 이 회장이 삼성의 위기론에 대해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재판부를 향해 "삼성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크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면서 "국민에게 사랑받는 삼성으로 거듭나도록 기회를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재계는 이 회장의 이번 메시지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위기를 인정한 만큼 이 회장이 본격적인 쇄신 경영에 나설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기 때문이다. 이건희 선대회장의 뒤를 잇는 이재용식 '프랑크푸르트 선언'이나 이에 준하는 개혁 메시지를 기대하는 모습이다.
삼성은 오너의 위기 극복 리더십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기업 반열에 올랐다.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이 1993년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고 표현한 프랑크푸르트 선언은 지금의 삼성전자가 존재할 수 있는 성장의 원동력이 됐다. 이 회장은 선대회장의 사회공헌 사업을 이어받은 '동행' 철학을 바탕으로 삼성청년소프트웨어(SW) 아카데미와 자립준비청년을 돕는 '삼성희망디딤돌' 등 사회공헌 활동도 전개하고 있다.
이 회장에 대한 세계적인 평가에도 선대회장의 리더십을 계승할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됐다. 미국 경제 매체 '포춘'지는 최근 이 회장을 '비즈니스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기업가 100인' 중 한 명으로 선정했다. 국내 기업인 중 100위 안에 든 것은 이 회장이 유일하다. 포춘은 이 회장에 대해 "할아버지가 창업한 삼성에서 아버지 이건희 선대회장의 뒤를 잇기 위해 오랜 기간 교육받고 훈련받았다"면서 "아버지가 심장마비로 혼수상태에 빠진 2014년부터 그룹의 실질적인 리더로 활동해왔다"고 설명했다.
삼성의 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도 이 회장의 리더십을 기대하고 있다. 이찬희 준감위원장은 "사법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았다고 해도 (이 회장이) 책임경영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옳다"면서 이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회장이 내놓을 삼성의 본격적인 쇄신 전략에 대한 재계의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삼성은 이르면 27일 2025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장용석·정승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angy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