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현 현대제철 대표가 지난해 말 임명된 이후 현대제철이 철강업계의 부진한 상황 속에서 내실 다지기에 나서고 있다. 최근 베이징 법인과 충칭 법인 매각을 마치고 국내 일부 생산시설을 폐쇄하는 등 생산 설비를 효율화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영업실적이 다소 부진한 상황에서도 재무구조 개선이라는 성과를 냈다. 철강업계에 훈풍이 불 때까지 현대제철의 내실화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19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생산시설 효율화와 재무구조 건전성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현대제철이 7월 베이징 법인 지분 전부를 처분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고, 6월에는 충칭 법인 지분을 매각한 바 있다. 매각 대금은 74억2400만원이다. 두 법인은 현대차 중국 공장에 자동차용 철강재를 납품해왔는데, 현대차가 베이징과 충칭 공장 일부를 매각한 데 따른 것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또한 지난 14일에는 경상북도 포항2공장을 폐쇄하기로 결정하며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있다.
이는 지난해 11월 취임한 서 대표가 어려운 업황 속에서도 현대제철의 체력을 다져놓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서 대표는 현대자동차에서 재무최고책임자(CFO)를 역임하는 등 현대차그룹의 대표적 재무 분야 전문가로 꼽힌다. 2019~2020년에는 현대제철에서 CFO를 맡으며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이달 그룹 인사에서 서 대표가 유임되면서 현대제철의 ‘체력 다지기’가 힘을 받게 됐다.
실제로 현대제철의 재무구조는 개선 추세다. 올해 1분기 부채비율이 81.34%로 고점을 찍은 뒤 지난 3분기 75.84%로 5.49%포인트(p) 떨어졌다. 유동비율도 1분기 149.6%에서 3분기 155.97%로 6%p 넘게 개선됐다. 9월 초 30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한 점도 긍정적이다.
철강업계 불황에 따른 실적 부진을 고려하면 의미 있는 성과다. 현대제철은 3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77.4% 감소한 515억원을 기록했다. 철광석 등 원자재가 하락의 영향으로 판매 가격이 감소하며 약 370억원의 자산평가 손실이 발생한 탓이다.
재무구조 체력을 확보한 만큼 현대제철은 중국 경기부양 효과와 국내 부동산 경기 훈풍으로 철강수요가 회복될 것으로 기대되는 2025년을 바라보며 고부가가치 사업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고강도 강재와 저탄소 철강제품을 개발하고 원자력 발전소 건설과 한국 방위산업에 필요한 강재, 후판을 더 많이 판매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아울러 시황이 개선되기 전까지 원가 절감을 지속하고, 사업부문별 진단을 거쳐 개선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현대제철은 10월 말 컨퍼런스콜에서 “전사적 차원에서 사업부문별 구조적 문제와 개선책을 검토 중”이라며 “현대제철이 지속 가능한 철강사로 남기 위해 경영진단 통해 개선책과 경쟁력 강화 방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정승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rn72benec@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