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국내 시민단체들이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 구글과 국내 게임 4사가 담합 행위를 했다고 주장하며 과징금을 부과할 것을 요구했다. 올 10월 미국 법원에서 1심 판결이 나온 구글의 앱마켓 독과점 소송전이 국내에도 파장을 미치는 모양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과 한국게임소비자협회, 한국게임이용자협회는 21일 서울 종로구 혜화 소재 경실련회관에서 '구글 게임사 인앱결제 관련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 등 공정위 신고'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3개 단체는 이 자리에서 구글과 구글 코리아, 구글 APAC(아시아·태평양) 등 구글 3사는 2019년 8월 전후부터 최근까지 시장 지배적 지위 등 부정 경쟁 방지 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엔씨소프트(BC)와 넷마블, 컴투스, 펄어비스 등 게임 4사는 담합 행위를 하며 대가를 지급 받았다고 덧붙였다.
방효태 경실련 상임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은 "구글이 앱 마켓에 있어 시장 지배적인 플랫폼 기업이란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라며 "최근 구글과 관련된 여러 자료를 취합, 확인한 결과 구글의 부정 행위는 물론 국내 일부 업체들 또한 이에 가담한 정황이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3개 단체는 공정위 신고서를 통해 각 기업의 매출액 일부에 대해 기준에 따라 과징금을 부과할 것을 요구했다. 금액은 구체적으로 △구글 3사 약 97억원 △엔씨소프트(NC) 약 271억원 △넷마블 약 178억원 △컴투스 약 79억원 △펄어비스 약 72억원으로 총 697억원 수준이다.
이미지 확대보기법원은 구글이 '반 독점 행위'를 벌였다는 주요 근거로는 구글 플레이스토어의 30% 인앱 결제 수수료 강제 정책과 더불어 '담합 의혹'을 들었다. 구글이 하드웨어 제조사나 게임 개발사 등에게 수익 배분, 구글의 상품·서비스를 제공한 것이 제3자 앱마켓 입점 방해와 연결됐다는 것이다.
경실련 등 3개 단체 또한 구글과 게임 4사의 불공정 행위의 근거로 미 법원의 판결을 제시했다. 이와 더불어 구글이 국내에서 이미 원스토어 등 토종 앱마켓에 대해 '배타조건부 거래행위'를 한 점이 확인돼 공정위 제재를 받았다는 것 또한 근거로 들었다.
공정위는 2023년 4월, 구글 3사에 대해 42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불공정 행위 금지 등 시정 명령을 내렸다. 공정위는 "2016년 6월부터 2018년 4월까지 약 2년 동안 원스토어와 거래하지 않는 조건으로 게임사에 신규 추천 게임으로 노출하는 등 '피쳐링' 혜택을 줬다"고 주장하며 그 근거로 당시 원스토어에 입점하지 못하도록 관리된 게임의 예시로 NC '리니지M', 넷마블 '리니지2 레볼루션' 등을 언급했다.
이미지 확대보기경실련 등 협·단체의 주장에 대해 구글 측은 "금일 발표된 구글플레이 사업에 대한 해석은 사실과 다르다"며 "구글플레이는 타 앱마켓들과 성실하게 경쟁하고 있고, 개발자 99%에게 15% 이하의 수수료를 적용하는 등 앱마켓 중 가장 낮은 수준의 서비스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으며, 한국 개발자와 이용자들에게 여러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게임사들 또한 담합 의혹을 부인했다. NC는 "특정 플랫폼사의 영향력을 높이는 대가로 다른 회사, 이용자에 피해를 준 사실이 없다"며 "불확실한 내용으로 회사, 주주에 피해를 주는 것에 유감을 표한다"는 입장문을 내놓았다.
넷마블은 "리베이트 취득, 불공정 담합 등 불법 행위에 가담한 사실이 없다", 컴투스는 "타 앱마켓 출시 제한 등 불공정 행위에 가담하거나 이에 대해 대가를 받은 바가 전혀 없다", 펄어비스 또한 "타 앱마켓에 출시를 제한하거나 담합 등 불공정한 행위를 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담합 주체로 거론된 업체은 당초 공정위가 구글에 과징금을 매기며 문제 삼았던 원스토어에 게임을 입점해왔다. 펄어비스의 대표작 '검은사막 모바일', 컴투스의 '컴투스 프로야구' 시리즈나 비교적 최근 작품인 '서머너즈 워: 크로니클', '스타시드: 아스니아 트리거', NC '블레이드 앤 소울 2', 넷마블 '넷마블 프로야구' 등은 모두 원스토어로도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다만 NC '리니지W'나 넷마블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 '세븐나이츠 키우기' 등 비교적 최근 출시된 흥행작들이 원스토어에 입점하지 않았는데, 이것이 글로벌 출시·마케팅 통일성을 위한 전략적 선택인지, 구글의 정책에 영향을 받아 내린 결정인지 쟁점이 될 가능성은 있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중소 게임사 여러 곳이 피해자로서 구글을 제소하더니, 이번엔 대형 게임사들이 역으로 '담합 가해자'로 몰린 형국"이라며 "업계나 공정위 등의 행보에 따라 이번 제소가 구글과 게임계의 대결이 아닌 게임업계 내부의 갈등으로 번질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국모바일게임협회는 이달 6일, 국내 게임·앱 개발사 42곳이 더불어 구글과 애플을 상대로 독과점 행위, 인앱 결제 수수료 과다 징수 관련 집단 조정에 나선다고 밝혔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