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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사, AI 할머니·외국인 봇 활용해 보이스피싱 예방

AI 봇, 보이스피싱 범죄자와 통화로 '피해 방지'
데이지·말콤·아브라힘 등 다양한 인격 갖춘 AI 봇 등장
국내선 보이스피싱 탐지 AI로 '실시간 통화 분석'

편슬기 기자

기사입력 : 2024-11-20 00:05

보이스피싱 피해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이에 국내외를 비롯한 통신사들은 AI 기술을 활용한 피해 예방에 앞장서는 추세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보이스피싱 피해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이에 국내외를 비롯한 통신사들은 AI 기술을 활용한 피해 예방에 앞장서는 추세다. 사진=연합뉴스
보이스피싱을 막기 위한 글로벌 통신사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인공지능(AI) 할머니, 외국인을 내세워 보이스피싱 통화를 지연시키거나 통화 내역을 분석해 실시간으로 보이스피싱을 잡아내는 등 첨단 기술을 이용하는 흐름이 활발하게 포착되고 있다.

영국 통신사 O2는 급증하는 보이스피싱 사기를 예방하기 위해 AI 봇 데이지(dAIsy)를 출시했다. 할머니의 목소리를 지닌 데이지는 최대 40분 동안 보이스피싱 범죄자들의 통화를 지연시켜 추가 피해자 발생을 방지한다. 데이지는 가족이나 뜨개질에 대한 얘기를 구구절절 이야기하거나, 가짜 은행 계좌를 포함한 허위 개인정보를 제공해 그들을 혼란에 빠트린다.

스마트폰과 디지털 기기를 다루는 데 미숙한 모습을 드러내 범죄자들을 방심하게 만들고 사기를 당할 듯 말 듯 여지를 주며 골탕 먹이는 전략이다.
O2는 "최첨단 AI 할머니의 임무는 보이스피싱 범죄자와 대화하고 인간처럼 횡설수설하는 채팅으로 그들의 시간을 최대한 낭비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실제 사람들에게 접촉할 수 없게 해 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며 "또한 영국이 보이스피싱 전염병과 마주하고 있는 만큼 소비자가 경계해야 할 필요성 또한 강조한다"고 설명했다.

데이지 외에도 다양한 인격을 연기하는 AI 봇은 이미 시중에서 암약 중에 있다. 이들은 서툰 언어로 보이스피싱 범죄자들과의 통화를 연장시켜 그들의 시간을 빼앗는다. 달리 카퍼 교수와 그의 팀이 만든 AI 봇 레니(Lenny)는 성별, 연령, 국적 등 다양한 인격을 흉내 낸다. 영국 출신 노인 말콤과 이집트 억양을 지닌 아브라힘 등을 통해 보이스피싱 범죄자와 그럴듯한 통화를 계속해서 이어간다.

영국의 통신사 O2에서 만든 AI 봇 '데이지'. 사진=O2이미지 확대보기
영국의 통신사 O2에서 만든 AI 봇 '데이지'. 사진=O2

통신사가 보이스피싱 범죄자를 감지해 AI 봇을 연결하면 봇은 범죄자가 다른 피해자와 통화할 수 없도록 다양한 전략을 펼친다.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며 패턴을 계속해서 조정, 보이스피싱 범죄자가 전화를 걸 가능성이 가장 높은 시간, 범죄자가 찾는 정보, 어떤 전술을 사용하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다.

스캠뱅가드를 적용한 에이닷 전화 이미지. 사진=SK텔레콤이미지 확대보기
스캠뱅가드를 적용한 에이닷 전화 이미지. 사진=SK텔레콤


국내 통신사도 AI 기술을 활용해 보이스피싱을 예방 중이다. SK텔레콤은 AI 기술을 기반으로 한 '스캠뱅가드'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머신러닝을 기반으로 보이스피싱 사기 전화 패턴을 탐지해 '실시간'으로 고객에게 위험을 알린다. 아울러 피싱 문자나 로맨스 스캠 등의 SNS 사기 방지도 가능해 금융 피해 예방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실제로 올해 월평균 130만 건 정도의 금융 사기 메시지 및 통화를 차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내년 1월 개최 예정인 세계최대전자박람회 'CES 2025'를 앞두고 '최고 혁신상'을 수상하며 기술적 우위를 입증했다.

LG유플러스의 AI 전화 에이전트 '익시오'가 실시간으로 보이스 피싱을 감지하고 알려준다. 사진=LG유플러스이미지 확대보기
LG유플러스의 AI 전화 에이전트 '익시오'가 실시간으로 보이스 피싱을 감지하고 알려준다. 사진=LG유플러스


LG유플러스 또한 AI 전화 에이전트 '익시오'를 통해 보이스피싱 실시간 감지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온디바이스 탑재 AI를 통해 보이스피싱 패턴을 학습, 이를 바탕으로 걸려온 전화가 보이스피싱인지 아닌지를 분석해주는 시스템이다.

KT도 보이스피싱 탐지 AI 에이전트를 스팸 차단 앱 '후후'에 탑재해 연내 상용화할 방침이다. 사진=KT이미지 확대보기
KT도 보이스피싱 탐지 AI 에이전트를 스팸 차단 앱 '후후'에 탑재해 연내 상용화할 방침이다. 사진=KT


KT는 스팸 차단 앱 '후후'를 통해 보이스피싱, 피싱 문자 등 금융 피해를 예방하고 있다. 최근 기술 개발을 완료한 '보이스피싱 탐지 AI 에이전트'를 통해 고객에게 걸려온 전화 통화를 분석하고 보이스피싱 의심 여부를 실시간으로 탐지한다. 현재 베타 테스트를 진행 중인 서비스나, 연내 상용화를 통한 무료 이용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음성 딥페이크 등의 기술 발달로 보이스피싱의 위협은 점차 증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지난해 '금융권역별 보이스피싱 피해'에 따르면 총 1965억원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6월을 기준으로 지난해는 853억원의 보이스피싱 피해가 발생했으나 올해는 419억원 증가한 1272억원을 기록했다. 이 같은 추세로 미뤄볼 때 2024년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지난해에 비해 30% 증가할 전망이다.


편슬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yeonhaeyo@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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