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투자전문지 배런스가 한국 증시의 구조적 전환 가능성을 제기해 국내외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2025년 1월 1일(현지시각) 보도를 통해 배런스는 2024년 한국의 정치적 혼란이 역설적으로 기업지배구조 개혁을 촉진하고 주식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 증시는 2024년 글로벌 주식시장 중 상대적으로 저조한 성과를 기록했다. 특히 연말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와 이에 따른 정치적 혼란으로 크게 흔들렸다. iShares MSCI 한국 ETF는 계엄령 선포 이후 8% 하락했고, 2024년 전체로 22%의 손실을 기록했다.
그러나 페더레이티드 헤르메스의 아시아 담당 수석 포트폴리오 매니저 조나단 파인스는 이번 위기가 오히려 기업지배구조 개혁의 결정적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대만과 비교할 때 한국 시장은 절반 수준의 밸류에이션을 보이고 있어, 지배구조 개선 시 상당한 재평가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다.
핵심은 야당이 추진하는 상법 개정안이다. 현행법상 이사회는 '회사에 대한 충실의무'만을 지니고 있으나, 개정안은 이사진의 주주에 대한 신인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이는 재벌기업의 계열사 간 거래, 지배가족의 상호출자, 낮은 배당성향 등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 원인을 해소할 수 있는 근본적 개혁으로 평가받는다.
기업지배구조 개선은 가시적 성과로 이어질 전망이다. 이사회 독립성 강화는 현금성 자산의 효율적 배분을 촉진하고, 주가-장부가치(PBR) 비율과 자기자본이익률(ROE)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한국판 스튜어드십 코드 개정으로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들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가 강화되면서 기업 경영 투명성이 제고될 것으로 보인다.
은행 섹터가 투자자들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KB금융그룹의 주가는 12월 초 이후 15% 하락했으나, 2024년 전체로는 60%의 상승을 기록했다. 윌리엄 블레어 인베스트먼트의 다니엘 힐 애널리스트는 한국 은행들의 장부가치 대비 주가비율(현재 0.5배)이 적정 수준(0.7배)을 크게 밑돌고 있다고 분석했다. 수출 기업 실적 개선에 따른 대출 수요 증가, 금리 상승에 따른 순이자마진 확대, 디지털 혁신 가속화, 자산 건전성 개선 등이 은행주 재평가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주목할 만한 변수는 개인투자자들의 영향력 확대다. 전체 인구의 약 29%(1500만 명)에 달하는 개인투자자들이 지배구조 개혁을 지지하는 강력한 세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는 소수 재벌 가문의 기업 지배에 대한 실질적인 견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 부동산 가격 하락, 미·중 갈등 심화 등은 여전히 리스크 요인이다. 그러나, 달톤 인베스트먼트의 제임스 림 파트너는 한국의 고부가가치 전자제품과 기계류 수출 경쟁력이 글로벌 공급망에서 핵심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어 쉽게 대체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2025년 한국 증시의 구조적 전환은 기업지배구조 개혁의 실질적 이행과 기관투자자들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에 달려있다. 이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의 촉매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정책의 일관성 유지와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에 대한 면밀한 대응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