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전기차(EV) 배터리 시장이 2025년 새로운 변곡점을 맞을 전망이다. 배터리 금속 공급과잉에 따른 가격 하락, 차세대 배터리 기술 경쟁 본격화, 미국 대선 이후 통상정책 변화 등이 시장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2일(현지시각) 홍콩에서 발행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골드만삭스의 니킬 반다리 아시아 태평양 천연자원·청정에너지 연구 공동책임자는 "글로벌 EV 배터리 평균 가격이 2024년 말 kWh당 111달러에서 2025년 90달러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2023년 149달러와 비교해 약 40% 하락한 수준이다. 특히 2026년에는 82달러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는데, 이는 미국에서 보조금 없이도 전기차 구매 비용이 가솔린차와 동등한 수준에 도달하는 분기점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가격 하락은 기술 혁신과 배터리 금속 가격 하락이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출시된 신규 배터리 제품들은 에너지 밀도가 30% 정도 높아졌고 생산 비용도 낮아졌다. 골드만삭스는 2030년까지의 배터리 가격 하락 요인 중 40% 이상이 원자재 비용 감소에서 비롯될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리튬 등 주요 배터리 금속의 공급과잉 현상은 2025년에도 지속할 전망이다. 다이와 캐피털 마켓에 따르면 글로벌 리튬 공급량은 호주와 아프리카의 증산에 힘입어 2025년에서 2026년 사이 최대 28%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반면 글로벌 EV 배터리 수요 증가율은 2023년 35%에서 2026년 15%에서 17%로 둔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배터리 기술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2025년에는 리튬 기반의 인산철리튬(LFP)과 삼원계(NCM) 배터리가 글로벌 EV 배터리 시장의 4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한다. 동시에 리튬을 사용하지 않는 나트륨 이온 배터리와 전고체 배터리 개발도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시카고대학의 셜리 멩 분자공학 교수는 "전고체 배터리는 유럽, 미국, 일본이 리튬이온 기술을 뛰어넘을 수 있는 유일한 배터리 기술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고체 배터리는 액체나 겔 대신 고체 전해질을 사용해 안전성과 에너지 밀도가 더 높은 것이 특징이다.
시장 규모 면에서는 중국이 계속해서 세계 시장을 주도할 전망이다. 가트너는 2025년 말까지 글로벌 전기차 보급 대수가 8500만 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 중 중국이 58%, 유럽이 24%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중국은 리튬이온 배터리 등을 앞세워 비양수 수력 에너지 저장 용량을 2020년 2.2GW에서 2030년 약 100GW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한편 미국 대선 결과도 주요 변수로 꼽힌다. 도널드 트럼프의 백악관 복귀 시 바이든 행정부의 전기차 보급 정책이 후퇴하고,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가 60%까지 상향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현재 중국산 전기차와 배터리는 각각 100%와 25%의 관세가 부과되고 있다. 로 모션은 "60% 이상의 관세 부과는 배터리 가격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글로벌 EV배터리 시장의 2025년 전망은 한국 배터리 업계에 새로운 도전과 기회를 제시한다. 특히 배터리 가격 하락, 기술 경쟁 심화, 미·중 갈등이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중요한 시사점을 도출할 수 있다.
우선 배터리 가격의 급격한 하락은 원가 경쟁력 확보가 시급함을 보여준다. kWh당 90달러까지 하락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은 생산 효율화와 원자재 조달 전략 재검토가 필요하다. 특히 리튬 등 원자재 가격 하락기를 활용한 장기 수급 계약 재검토도 고려해볼 만하다.
둘째, 전고체 배터리 등 차세대 기술 개발이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현재 한국이 강점을 보이는 리튬이온 배터리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하는 만큼, 차세대 기술 확보가 미래 경쟁력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 유럽, 일본이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는 점은 한국 기업들의 R&D 방향성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마지막으로 미·중 갈등 심화에 대비한 글로벌 생산기지 다변화가 필요하다. 트럼프 재집권 시 중국산 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가 예상되는 만큼,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시장 인근에 생산기지를 확보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