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기술 패권 경쟁이 법정으로 번지면서 SK하이닉스가 소송을 당했다. AMT는 SK하이닉스의 1차 협력사인데도 특허 소송을 제기해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일(현지시각)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중국의 어드밴스트 메모리 테크놀로지스(Advanced Memory Technologies LLC)가 SK하이닉스를 상대로 텍사스 동부 지방법원에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법원 기록에 따르면, 이 소송은 2024년 12월30일 클레어 애버내시 헨리 변호사의 출두 통지를 시작으로 공식 절차가 개시됐다.
소송 서류(케이스 번호: 2:2024이력서01078)에 따르면, AMT는 SK하이닉스가 부스터 회로, 플래시 메모리 모듈, 전압 측정 장치, 비휘발성 메모리 장치 등 4개의 핵심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전압 측정 장치와 비휘발성 메모리 장치 관련 특허는 Mimir IP가 SK하이닉스로부터 구매한 1500개의 칩 관련 특허 중 일부다.
AMT는 SK하이닉스의 1차 협력사로서 20년 이상 거래 관계를 유지해왔으며, 반도체 후공정에 필요한 테스트 핸들러와 무인화 인라인 시스템을 공급해왔다. 최근에는 HBM 파이널 테스트 핸들러를 개발하는 등 SK하이닉스의 기술 혁신을 지원해왔다.
SK하이닉스의 미국 시장 비중이 상당하다는 점도 중요하다. 지난해 상반기 미국 매출은 120억 달러로,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지난해 3분기 SK하이닉스는 매출 17조 5000억 원, 영업이익 7조 원, 영어빙익률 40%를 달성했다.
SK하이닉스는 과거 여러 특허 분쟁을 경험했다. 2021년 반도체 전자회로 회사 넷리스트(Netlist)와는 4000만 달러 합의금으로, 2013년 램버스(Rambus)와는 2억 4000만 달러로 분쟁을 해결했다. SK하이닉스는 크로스 라이선싱 계약 체결, 특허 포트폴리오 강화, 법적 대응 등 다각적인 전략으로 특허 분쟁에 대응해왔다.
이번 소송은 단순한 기업 간 분쟁을 넘어선다는 점에서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SK하이닉스는 현재 HBM 시장에서 53% 이상의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으며, 오는 3월 경기도 용인시에 첨단 메모리 공장 착공을 계획하고 있다. AI 반도체 시장이 급성장하는 가운데, 이번 소송은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기술 패권 경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시사한다.
SK하이닉스의 강력한 재무 상태와 기술력을 고려할 때, 이번 위기는 특허 포트폴리오 강화와 기술 혁신 가속화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는 한국 반도체 산업의 미래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