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인공지능(AI) 반도체 대장 기업 엔비디아가 2024년 AI 스타트업 등에 10억 달러(약 1조4700억 원) 상당의 자금을 투자한 것으로 확인됐다.
1일(현지시각)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기업 공시와 기업 정보 업체 딜룸(Dealroom) 자료를 인용해 엔비디아가 지난해 50개의 스타트업 펀딩(자금조달) 라운드와 인수합병 등을 통해 여러 기업에 총 10억 달러 넘게 투자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엔비디아의 지난 2022년 투자자금 대비 10배 이상 증가한 수치이며, 2023년에 39건의 스타트업 라운드에 8억7200만 달러를 투자한 것과 비교해도 15% 늘어난 수치다.
FT는 “엔비디아가 AI 혁명에서 이익을 얻으려는 스타트업의 주요 후원자로 부상했다”면서 “고성능 그래픽 처리장치(GPU)에 대한 엄청난 수요로 시가총액 3조 달러를 넘어선 엔비디아가 급성장하는 AI 부문에 더 많은 금액을 쏟아부었다”고 진단했다.
엔비디아 주가는 지난해 170% 넘게 급등하면서 미국 증시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가 21세기 들어 2년 연속 최고의 상승률을 기록하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
엔비디아는 지난해 컴퓨팅 인프라 수요가 많은 핵심 AI 기업을 대상으로 투자했고, 엔비디아의 자체 칩을 구매한 기업에 대한 투자도 포착됐다.
엔비디아는 특히 경쟁사인 칩 제조업체 AMD와 함께 일론 머스크의 xAI에 전략적 투자에 나섰다.
또한 지난해 주요 투자 목록에는 가장 저명한 AI 모델 제공업체 중 하나인 오픈AI를 비롯해 코히어(Cohere), 미스트랄(Mistral) 및 퍼플렉시티(Perplexity)의 자금 조달 라운드에 참여가 눈에 띈다.
엔비디아는 스타트업 인큐베이터인 인셉션(Inception)을 운영하면서 수천 개의 신생 기업에 지원했다.
엔비디아의 인수 활동 증가도 주목할 대목이다. 엔비디아는 최근 이스라엘의 AI 워크로드 관리 플랫폼인 런에이아이(Run:ai)를 인수했다. 이 거래는 유럽연합(EU)의 반독점 규제기관의 검토를 거쳐 최종 승인을 받으며 이번 주에 마무리됐다.
엔비디아는 AI 소프트웨어 그룹인 네불론(Nebulon) 및 옥토AI(OctoAI)도 인수했다. 딜룸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지난 4년 동안의 전체 인수합병 거래보다 더 많은 기업을 2024년에 인수했다.
FT는 미국과 유럽 및 중국에서 반독점 조사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이러한 활발한 투자 및 인수합병 거래가 AI 산업에 대한 엔비디아의 지배력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빌 코바식 전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은 "이처럼 지배적인 기업이 대규모 투자를 진행할 때 규제 당국은 이를 조사하는 데 관심을 보인다"면서 "기업의 지분 인수가 독점권을 목표로 하는지 여부를 조사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고객 기반에 대한 투자가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엔비디아는 이에 대해 "생태계를 성장시키고, 훌륭한 기업을 지원하며, 모두를 위한 플랫폼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모든 기업은 필요와 전략에 가장 적합한 독립적인 기술 선택을 자유롭게 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